아흔 노모의 마르지 않는 눈물
파주의 한 오래된 주택. 권임숙(90) 할머니는 오늘도 아침부터 부지런히 몸을 움직입니다. 할머니가 향한 곳은 집안 한편에 놓아둔 낡은 밥솥. 누군가 버려둔 낡은 밥솥을 얻어와 온수를 데워 쓰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해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아흔의 임숙 할머니를 가장 걱정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낡은 보일러! 기름값이 부담스러워 제 기능을 상실한 낡은 밥솥에 물을 데워 사용하지만, 밤새 따뜻하게 데운 물을 지금껏 자신을 위해서는 단 한 방울도 사용해본 적 없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한쪽 몸의 마비가 온 아들 장영보(58) 씨를 챙겨주기 위해서인데요. 아들 영보 씨를 정성스레 닦아주고 살뜰하게 챙겨준 후에야 마음 편히 자신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머니께 늘 죄송해서 눈물이 나요”
20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왼쪽 몸이 모두 마비되었다는 영보 씨. 튼튼하고 건강했던 아들은 이제 화장실조차 편히 갈 수 없습니다. 손과 발은 물론, 얼굴 근육까지 마비가 오면서, 이젠 대화는 물론 끼니때마다 식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들 영보 씨가 그나마 편히 삼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빵과 우유뿐! 이마저도 한입 크기로 잘게 잘라줘야 목에 걸리지 않고 삼킬 수 있는데요. 그 때문에 아흔의 임숙 할머니는 늘 아들의 곁에서 손발이 돼주며 하나하나 챙겨주곤 합니다. 남들처럼 아들과 나란히 앉아 평범한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이라는 권임숙 할머니! 늘 빵밖에 먹지 못하는 아들의 건강이 걱정돼 무르게 지은 밥이나 죽을 만들어 먹여보려고 애쓰는데요. 아들 영보 씨도 그런 어머님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잘 알기에 억지로라도 먹어보려 애쓰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목에 걸려 토해버리는 자신이 불효를 저지르는 것만 같아 늘 마음이 아픕니다. 벌써 20년째 자신의 손발이 돼 살아가는 노모에게 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아들 영보 씨! 아픈 아들 돌보느라 성한 곳 하나 없는 아흔의 노모가 자신 때문에 더 고생만 하시는 것 같아 하루에도 수십 번 울음이 터져 나옵니다.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흔의 임숙 할머니에겐 유독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큰아들인 영운 씨입니다. 임숙 씨를 도와 아픈 동생을 따뜻하게 챙겨줬다던 든든한 큰아들. 하지만 어머니 고생시키지 않겠다고 갖은 노력을 하며 살았던 큰아들 영운 씨마저,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임숙 할머니의 또 다른 아픈 손가락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엄마라는 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은 영운 씨는, 점점 건강이 악화되면서 요양원에 입원하게 됐는데요. 혼자서는 움직일 수도 없고,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영운 씨. 그런 아들을 곁에 두고 보살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임숙 할머니는 하루하루 속상한 마음이 커져갑니다. 금쪽같이 귀한 두 아들 모두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쓰러진 것이 다 제 탓인 것만 같아 눈물만 나온다는 임숙 할머니! 그 죄책감과 안쓰러움에 형제가 쓰러진 이후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데요. 연세가 있고 몸이 좋지 않으니 잘 챙겨 드셔야 하는데, 찬물에 대충 말아 놓은 밥과 김치 몇 조각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마저도 두 아들 보살피기 위해 힘을 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억지로 삼키는 거라는데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들의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집이 오래돼서 다 허물어지고 있어요.”
포근하고 안락한 보금자리여야 할 집. 하지만 임숙 할머니에겐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차 매일 한숨만 터져 나옵니다. 여기저기 헤진 곳이 많고, 비가 오면 물이 새서 엉망이 되곤 한다는 낡은 집. 무엇보다 금이 간 벽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가장 큰 걱정인데요. 몸이 좋지 않으니 방이라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심한 웃풍과 비싼 기름값에 임숙 할머니의 걱정은 커져만 갑니다. 나라에서 주는 얼마 되지 않는 지원금에 의존해 아픈 형제를 홀로 감당해야 하다 보니, 이런 모든 것들이 부담스럽기만 한 상황 빠듯하고 부족한 형편 탓에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한 기름통. 그래서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앞으로의 겨울이 더욱더 걱정입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픈 두 아들을 위해 한 시도 쉴 틈 없는 아흔의 노모! 거기에 허리 통증이 심해져 가는데도 병원 한 번 마음 편히 가지 못하고 끼니까지 잘 챙기지 않는 어머니가 아들은 늘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이들의 소원은 그저 서로가 조금 더 건강히, 더 오래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인데요. 시리고 아픈 상황에서도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가족! 이번 겨울은 서로를 향한 식지 않는 마음처럼 포근한 일이 일어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무너져가는 낡고 오래된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두 아들 걱정에
하루도 맘 편할 날 없는 아흔의 노모!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를 먼저 생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