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식구의 뿌리 깊은 사랑
모든 일은 간절히 바라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하죠. 오늘 만나볼 가족도 서로를 위한 간절한 기도와 사랑 덕분에 다시금 희망을 꿈꾸게 된 세 식구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찾아온 장애에 마음잡기가 참 힘들었어요”
경기도 연천군의 한 외곽, 석면 슬레이트 지붕 아래 낡은 집에 세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박재승(88), 원수녀(81) 노부부와 아들 박주원(60) 씨가 그들인데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직도 노부부는 예순이 된 아들을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여깁니다. 그래서일까요? 여든이 넘은 어머니는 아들이 외출할 때면 옷매무새를 가다듬어 주고, 심지어 신발까지 신겨줍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아들 주원 씨가 중도 지체장애인이기 때문입니다.
38년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스 배달을 하던 아들은 상대편 오토바이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 후 45일 만에 의식을 되찾을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한 아들. 하지만 사고 당시 다친 좌측 뇌의 영향으로 우측 팔, 다리는 전혀 쓰지 못하게 됐습니다. 오른손잡이가 한순간에 모든 걸 왼손으로 하려니 힘든 순간은 늘 찾아왔습니다. 옷을 입는 데도 남보다 10배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그. 또 머리를 다친 후로 말이 느려지고, 표현하고 싶은 단어가 곧바로 떠오르지 않아 대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늘 오른팔 다리 쑤시고 저려 진통제를 달고 사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원 씨는 38년 전의 여느 날처럼 마음을 다잡고 일어납니다. 주원 씨가 다시 일어날 힘을 얻는 건 다름 아닌 노쇠한 부모님의 사랑 덕분입니다.
“판매한 수익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해요”
사람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주원 씨. 매일 지역 장애인복지회에 출근해서 회원들의 힘든 점을 듣고 상담해주고, 직원들을 위해 사무실 청소를 도맡아 하며 일과를 보냅니다.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움직이기 불편한 주원 씨지만 복지회 직원, 회원들과 하는 일이 하나 더 있다고 합니다. 바로 고구마 농사인데요.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열정적으로 농사를 짓는 주원 씨. 고구마 농사의 수익으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그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역할이 컸습니다. 주원 씨도 그걸 알기 때문인지, 점심값을 아낀 돈으로 시장에서 닭 한 마리를 사서 들어가곤 합니다. 중복을 핑계 삼아 노쇠한 부모님을 알뜰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에서 아들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어머니, 아버지 편하게 오래 사시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죠”
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요즘 그에게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바로 연로하신 부모님의 건강인데요. 7년 전 대장암 3기 진단받은 어머니는 수술 후 암은 완쾌 됐지만, 기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항문을 조이는 기능이 약화 돼 변실금이 생기고 말았는데요.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합니다.
아버지 역시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다행히 피부암이 초기에 발견돼 뺨에 있는 암 조직을 제거했지만, 그 영향 때문인지 왼쪽 눈꺼풀이 처지면서 감기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오른쪽 눈으로만 앞을 보고 생활하는 아버지를 위해 아들은 한 손으로나마 다리를 주물러드리곤 합니다.
소원을 묻는 말에 주원 씨는 본인의 바람을 진심 어리게 내비칩니다. 부모님이 편하게 지냈으면 하는 것, 그리고 본인과 함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주원 씨의 바람처럼 세 식구의 뿌리 깊은 사랑이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덕에 살 수 있었다는 아들 주원 씨와
함께이기에 사랑할 수 있었던 세 식구.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가족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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