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4회 오뚝이 엄마의 마지막 소원
2022.07.07 관리자




오뚝이 엄마의 마지막 소원

 

 

해맑은 노랫소리에 사람들이 놀라는 까닭은?”

 

도심에서 벗어나 인적조차 드문 한 화훼농가. 비닐하우스만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이곳에 이따금씩 낯익은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면 다들 깜짝 놀라곤 합니다. 외지에서 왔다 갔다 하며 관리만 하는 농가들이 대부분이라 늘 고요한 이곳에 갑자기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리니 그럴 수밖에요. “곰 세 마리가 한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곰~” 누구보다 순수한 목소리로 한번 시작했다 하면 쉽게 끝내지 않는 동요 사랑! 다름 아닌 그 주인공은 자나 깨나 안전하고 든든한 보금자리를 꿈꾸는 이영주 씨(가명, 76)의 늦둥이 딸, 장선영(38) 씨입니다. 인적 드문 화훼농가에서 요즘 듣기 힘든 동요로 한 번씩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모녀, 하지만 모녀는 이 농가 한 구석에 터를 잡고 살아오는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마을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습니다. 낡고 허름한 패널로 만든 집, 거기에 얼기설기 이어놓은 검은 천과 비닐로 지붕을 덧대어 만든 가건물이 모녀의 유일한 보금자리입니다.

 

비닐하우스 집에서 숨어 산 세월이 어느새 20여 년

 

마흔이 다 된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딸 선영씨는 다운증후군 발달장애인으로 태어나 지금껏 여러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겼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웠던 병원비, 거기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빚을 지고 가정조차 돌보지 않았던 남편은 어느 날 홀연히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는데요. 그렇게 하루아침에 버려지듯 둘만 남게 된 모녀. 어머니 이영주씨는 딸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해야 했고, 지인에게 사정사정해 빌린 돈으로 간신히 마련한 집이 농가의 비닐하우스였습니다. 계속해서 나빠지는 경제 상황과 다운증후군인 딸 선영 씨를 보고 계약을 꺼렸던 집주인들. 시끄럽다며 민원을 넣어오는 이웃 주민들까지. 매년 쫓기듯 이사를 다니던 영주 씨네 가정에 한적한 패널 집은 탈출구이자 안식처였습니다. 난방과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여름이면 습기에 온 집이 눅눅해지는 낡은 패널 집. 비닐과 차광막을 여러 차례 교체하며 이곳에 산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딸과 함께 지낼 곳이 있어 늘 다행이다 싶은데요. 이마저도 비워달라 독촉을 받기 시작하며 앞이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약을 끊었어요

 

너무 많은 고생을 한 탓일까요. 영주 씨의 몸은 여기저기 아픈 곳투성이입니다. 퇴행성 뇌 질환으로 쓰러진 지도 여러 번. 그 충격으로 악화된 허리와 어깨로 조금만 움직여도 피로가 몰려오곤 하는데요. 최근에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난소종양까지 진단받았습니다. 다행히 심각한 것은 아니라지만 꾸준한 검진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빠듯한 생활에 병원은커녕, 먹던 약도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갈수록 떨어져 가는 여유분의 약과 심해지는 어지럼증. 자칫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인데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어지럼증 약만 먹고 버티면서도 영주 씨는 본인의 몸보단 딸 선영 씨 걱정이 우선입니다.

 

사람과 어울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모두 바쁜 평일 아침. 영주 씨네 집안 풍경도 다르진 않습니다. 선영 씨는 오전에는 자립생활 센터로, 오후에는 복지관으로 출석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간단한 사무보조 일을 하거나 물건 조립, 프로그램 참여 등을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힘을 키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기도 했다는 선영 씨. 스트레스를 받는 딸을 보면서도 영주 씨가 계속해서 외부 활동을 권하는 이유는 바로 선영 씨의 홀로서기를 위함입니다. 때로는 심한 잠투정으로 영주 씨를 힘들게 하곤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바람을 아는 듯 열심히 활동하는 선영 씨. 일이 손에 익은 지금은 하루 일을 말하며 재미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조금 더디긴 하지만 여러 가지 한계를 하나하나 극복해가며 성장해가는 딸의 모습이 엄마는 너무도 대견하고 흐뭇하면서도 더 가르쳐주지 못한 게 늘 맘에 걸립니다.

 

비닐하우스지만 화훼농가에 사니까 우리도 꽃길 걸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영주 씨네 가정에 유난히 추웠다는 지난겨울. 기름값이 폭등하며 보일러를 사용할 수 없었기에 더 춥고 시린 날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요. 1년 넘게 기름 한 번 넣지 못한 채 살다 보니 낡은 보일러 마저 고장나지 않을까 마음이 불편한데요. 그 때문에 보일러 기름이 완전히 바닥나게 되면 기계 자체가 고장이 날 수도 있어 영주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름양을 확인하곤 합니다. 본격적으로 장마와 태풍이 몰려오기 전 미리 점검해야 할 것도 수가지. 할 일이 태산인데 몸은 쉽게 피로해지니, 영주 씨의 걱정은 갈수록 커져만 갑니다. 딸 선영 씨도 그런 어머니가 걱정되기 마련인데요. 힘들고 외로워하는 엄마를 볼 때면 먼저 다가가 안기기도 하고, 춤과 함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선영 씨의 소원은 항상 자기만 바라보는 엄마가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것.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치료도 제때 받아 건강히 오래 함께 살고 싶습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선영 씨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자꾸만 덮쳐오는 불행에 주저앉기도 여러 번. 하지만 모녀는 서로를 버팀목 삼아 오늘도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꽃 같은 미래를 꿈꿔 봅니다.




낡은 집에서 다운증후군 딸을 돌보는 아픈 노모

그런 엄마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딸!

서로를 생각하는 꽃같이 아름다운 모녀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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