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나의 수호천사
파주 작은 반지하 원룸. 볕이 잘 들지 않는 허름한 이곳은 할아버지 이현주(61) 씨와 손자 이요한(11) 군의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계속 붙어있을 수밖에 없는 좁은 집이지만 손자 요한 군은 할아버지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어 합니다. 잠깐 양치를 할 때도 할아버지 옆에 꼭 붙어 있으려고 하는데요. 할아버지 현주 씨는 그런 손자 요한 군이 안타깝고 안쓰러워 더 꼼꼼하게 챙겨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는 마음을 따라주지 않는 아픈 현실. 집 안은 제대로 된 가구가 하나도 없어 옷가지들이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물건들이 책상 위까지 가득해 손자 요한 군이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끼니조차 해줄 수 없어요”
할아버지 현주 씨와 손자 요한 군의 식사는 주로 바닥에서 이루어집니다. 제대로 된 식탁이 없을뿐더러 가만히 서 있으면 몸이 떨려와 바닥에 몸을 고정해야만 하는 현주 씨. 서서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없기에 바닥에 작은 전기 버너를 놓고 요한 군과 함께 음식을 데워가며 먹습니다. 매주 지역아동센터나 복지관에서 도움 받는 반찬이나 즉석식품들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는데요. 상자 가득한 즉석 밥과 라면들 대신 손자에게 따뜻한 밥 제대로 지어 먹이고 싶다는 현주 씨. 밀린 월세와 자꾸만 날아드는 독촉장 등 녹록지 못한 현실에 한숨만 깊어져 갑니다.
“손자가 다 클 때까지는 제가 지켜줘야 해요”
갑작스럽게 홀로 남겨지게 된 손주 요한 군은 이제 할아버지 현주 씨가 지켜야 할 가장 큰 보물입니다. 요한이에게 떠나간 엄마의 기억을 되살려주지 않기 위해서 뭐든 다 해주고 싶다는 현주 씨. 밝게 지내보려 하지만 우편함에 날아드는 독촉장들은 마음의 짐이 되어만 가는데요. 통보식으로 갑작스럽게 받게 된 채무는 현주 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현주 씨 앞으로 놓인 채무와 더불어 손주 요한 군 앞으로까지 날아오기 시작한 독촉장. 직접 만든 채무가 아니기에 어떻게 손 쓸 수조차 없다는데요. 현주 씨의 아픈 몸은 스트레스로 인해 더 심해져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지팡이 대신 낡은 우산을 짚어가며 걷는 현주 씨는 항상 자신보다 손자 요한 군 생각뿐입니다.
“손자한테 자꾸 기다려달라고 이야기 하죠”
손자 요한 군이 제일 아끼는 건 자전거입니다. 비록 반값에 주고 산 중고제품이라 하자가 있긴 하지만 요한 군에게는 할아버지가 사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보물인데요. 다른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놀고 있을 때 혼자 자전거가 없어 뛰어다니는 게 마음 아팠다는 할아버지 현주 씨. 다른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더는 못 해주더라도 비슷하게나마 해주고픈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건지, 요한 군은 원하는 걸 많이 말해본 적이 별로 없다는데요. 한참 맛있는 것들도 먹고 배우고 싶은 게 많을 나이일 텐데. 함께 외식을 나가본 기억이 까마득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 현주 씨는 요한 군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밖에 할 수 없습니다. 때 묻은 패딩과 물려 입어 품이 넉넉한 옷들. 제대로 된 책상 하나 없이 방바닥에 누워 숙제하고 책을 읽는 요한 군을 볼 때마다 미어져 오는 현주 씨의 가슴. 기다려달라는 말 대신 손자가 바라는 작은 것 하나라도 해주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어느 순간 홀로 남겨진 손주 요한 군,
그런 손자를 위해 다 해주고픈 할아버지 현주 씨
맞잡은 두 손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소중한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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