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MBN 집중분석’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MBN <집중분석>
매주 월~금 오후 5시
재방 익일 새벽 1시, 새벽 4시
==================================================
이종찬 전 국정원장
“변호사같은 여당‧검찰같은 야당, 국조 아닌 일종의 수사의 연장”
▶ 국정원 국정조사가 지난주부터 시작되었지만 결론 없는 쳇바퀴처럼 끝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표류된 국정조사의 방향, 국정원의 개혁방향까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오랜만에 자리에 함께 하셨습니다.
-오랜만입니다.
▶ 오늘도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가 열렸는데 오전에 추가 증인채택문제, 일부 증인의 얼굴공개로 정치권에서 계속 공방이 이어졌는데요.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 현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우선 저는 국정조사 자체에 대해서 불만입니다. 왜냐. 국가 최고의 비밀기관을 공개적으로 국정조사 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 인거죠. 국정원에 대한 개혁을 강조하고 국정원에 대해 많은 것을 충고하고 지적하는 것은 좋은데 저렇게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국정조사라는 것이 제가 국회에 있을 때도 재판중인 사건은 국정조사를 피합니다. 사법부에서 유죄냐 무죄냐 판단하는데 입법부에서 무죄냐 유죄냐 따지는 것은 일종의 사법부의 판단을 침해하는 거죠. 그런데 지금 국정조사를 하는 것을 보면 야당은 검찰같이 행동하고 여당은 변호사같이 행동하고. 그렇다면 판사는 누구입니까? 국민입니까? 국정조사가 아니라 일종의 수사의 연장 비슷하게 되어 가는데요. 저는 이런 것은 사법부의 권한이니까 일단 사법부에 판단을 맡기고 그 다음 판결 나온 것을 보고 시정을 요구할 수 있어요. 왜 너희들이 댓글 같은 것을 했느냐. 이런 것은 판결이 나온 후에 해야지 지금 국정조사 장에서 유죄냐 무죄냐 판가름이 되겠습니까?
▶ 남재준 원장이 NLL과 관련해서 공개하지 않았습니까? 적당한 겁니까?
-저는 그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갖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그것을 공개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 공개하는 거 자체도 새로운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건데 국가정보원장이 왜 자꾸 새로운 정쟁을 불러일으키는 한 가운데에 들어서는지 저는 그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겠습니다.
▶ 국정원의 전·현직 직원의 신원을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것도 상당한 정치적 공방이 되었잖아요.
-맞는 얘기입니다. 왜냐하면 국가정보원에 있는 직원들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옛날에 부시 대통령이 말실수를 해서 CIA 요원의 이름을 거론해서 밝혀졌어요. 그래서 대통령이 한 번 사문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미국이나 선진국은 국가기밀에 대해서 엄격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전부 공개하게 되면 국가정보원이 존재하기 어렵죠. 국가정보원의 품격을 떨어뜨리면 외국과의 협조가 안 됩니다. ‘너희들에게 뭔가를 제공해주면 다 공개하는데’ 신뢰가 깨지죠. 어떻게 한국의 정보기관을 믿고 정보를 제공해주겠느냐 이겁니다.
▶ 정보는 그야말로 정보 아닙니까?
-정보는 정보죠.
▶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면 상대국인 누가 진실 된 얘기를 하겠으며 누가 더 이상 협상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특히 우리같이 말하자면 한반도가 얼마나 위급한 상황에 있습니까. 이렇게 안보적으로 민감한 나라에서는 특히 국가정보를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 청문회 시작부터 여야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계속 공방이잖아요.
-국정조사를 하면 국회에서 왜 국정조사를 하는 지 그 목표가 분명해야 합니다. 저는 이번의 국정조사 목표가 이런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정보원이 국내 심리전을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댓글 같은 것이 과연 국가정보원의 임무냐 아니냐. 이것에 대해 교통정리를 해주기 위해서 한다면 뜻이 있습니다. 정치적 공방이 아니고 국정을 하는데 이것이 국가정보원 임무에 속하느냐 안하느냐. 이것을 판가름해주어야 합니다.
▶ 국정원에서는 정상적인 대북 정보활동이라고 얘기하는 거 아닙니까?
-저 개인에게 질문한다면 우리 국가정보원의 일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국가정보원을 개편 할 때 국내 심리전을 하지 말자고 했어요. 축소시켰습니다. 대북심리전만 하지 말하자면 국내 심리는 하지 말자. 왜냐. 이건 우리의 기능이 아니다.
▶ 과거에도 대북심리전뿐만 아니라 국내심리전이 있었군요?
-과거 안기부 시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건 아니다’ 이것은 민감한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결국 국가 정책과 북한에서 소위 얘기하는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논쟁거리가 되면 거기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야. 다른데서 해야 해.’ 자유총연맹이 뭐합니까? 이런 것을 해야죠. 국가정보원은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도 있고 굉장히 할 일이 많습니다. 제가 책을 들고 왔는데요. 이스라엘 모사드의 원장을 한 사람이 쓴 회고록입니다. 이란의 핵무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모사드가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 하는 부분에서 저는 굉장히 감명을 받았어요. 그런 일을 해야죠. 핵문제를 하든가 미사일 문제를 어떻게 하든가. 여기에 의하면 이란의 핵무기를 모사드가 노력해서 지금까지 기술을 10년 동안 지연시켰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업을 해야지 조무래기 댓글이나 하고 있으면 되겠어요? 소꿉장난이죠. 그런 것은 자유총연맹 같은 곳에서 해라 이거예요. 국가정보원이 그런 일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국가정보원이 이번에 개혁을 한다면 이젠 큰일을 해라. 상대방이 생각할 때 정말 국가정보원이 제대로 무서운 기관이라는 것을 알도록 하자.
▶ 굵직굵직한 일, 큰 선? 사실 득이 되느냐, 실이 되느냐, 이것도 또 다른 문제 아닙니까?
-이런 것을 이번 기회에 교통정리를 해주기 위해서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청문회가 이런 데에 논쟁을 해야지 그 사람들을 끌어다가 유죄냐 무죄냐 얘기하는 것은 검찰이 할 일이고 사법부에서 할 일이고 재판장에 가서 할 일인데 왜 그것을 국회에 끌어다 합니까? 저는 이해가 안갑니다.
▶ 청문회에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증인선서를 하지 않아서 이것도 상당한 논란이 되었잖아요.
-논란이 되죠.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지금 재판 계류 중에 있거든요.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증언을 거부한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가만히 보니까 선서를 거부할 필요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선서를 거부할 때는 뭔가 새로운 사실을 들고 나오면 자기들이 코너에 몰릴까봐 선서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사실이 없어요. 그저 검찰의 공소장 정도를 재탕 삼 탕 한 건데 그건 국정조사에 해당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얼마든지 방어를 하고..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선서를 하지 않은 사람도 문제지만 선서를 안 하게끔 만든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자체도 문제입니다.
▶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이종찬 원장께서 취임하면서 국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당시 국정원의 심리 전담이 국내에 그런 일을 하지 말라고 바꾸셨다고 하셨잖아요.
-한정되게 그것만 바꾼 것이 아니라 국내의 정치 개입 부분, 이권에 개입할 소지가 있는 부분 전부를 제가 제거했습니다.
▶ 그 이후에 다시 부활한 겁니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제가 생각하기엔 부활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 심리전을 하는 것으로 인해서 오해를 받도록 만들었단 말이죠. 유감스럽게도 오늘 청문회를 보니까 국내심리전을 언제 시작했냐고 하니 2005년도에 시작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 때란 말이에요. ‘아, 이건 잘못되었구나. 당시 원장이 잘못 판단한 거구나’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그것에 대해서도 엇갈리죠?
-엇갈리죠. 제가 국정원을 개혁할 때 첫째가 뭐냐면 이제는 정권안보를 하지 말고 국가안보를 하자였습니다. 정보는 국력이라는 구호가 왜 나갔냐면 정보가 권력이 아니라 국력이다 이겁니다. 안보를 위해서. 정보가 권력을 남용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력이다. 이것을 제가 말하자면 원훈으로 만들었어요. 두 번째로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국민에게 서비스하자.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NIS 아닙니까? 옛날에는 전부 Agency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Service로 바꿨습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 되자. 그리고 이제 우리의 국력이 커졌습니다. 정보활동을 하기 위한 무대가 굉장히 넓습니다. 전 세계가 우리의 무대입니다. 국가정보원이 댓글이나 하는 정도로 한가해선 안 됩니다. 이제 커져버렸으니 큰일을 해야죠.
▶ 국정원이 과거부터 도청이니 정치개입이니 해서 문제가 되었잖아요? 2005년에도 안기부 X파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있었고. 한때 국정원 불법도청 미림 팀이 적발되어서 상당한 논란이 있었는데 왜 그런 겁니까?
-말하자면 간첩 잡으라고 하는 기구와 장치를 자신들의 개인을 위해서 썼다는 거죠. 재벌하고 누구하고 얘기하는데 가서 감청하고.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다시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서 국가안보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라. 이번에 남재준 원장이 셀프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개혁의 본령은 ‘정권안보는 이제 안한다, 국가안보만 한다.’ 이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길 바랍니다.
▶ 실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이 정치권의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까?
-사람의 일이 그렇잖아요. 우향우 한다고 해서 갑자기 우향우가 안 됩니다. 직원들도 그렇고 관성의 법칙이란 게 있어요. 하지 말라고 해도 슬글슬금 어느 날 갑자기 돌려요. 저도 그런 실패 케이스가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개하자면 옛날 제가 원장일 때 당시 농수축협을 통합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끄러워요. 왜냐하면 돈 다루는 기관이 통합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국정원이 나서서 조정을 해주면 된다고 얘기하는데 저도 깜빡했어요. 사실 하면 안 되는 일인데 저도 순간 판단이 흐려졌어요. 그래서 그걸 들고 김대중 대통령한테 갔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국정원이 한 번 나설까요?’ 그랬어요. 그랬더니 김대중 대통령이 저를 보고 그래요. ‘이 원장, 우리가 이런 것을 안 하기 위해서 국정원을 개혁한 거 아닙니까?’ 그러더라고요. 그 순간 제가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 내가 관성의 법칙에 놀아났구나.’ ‘맞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그 자리에서 잘못이라고 시인하고 돌아와서 제가 부서장들 전부 모아서 '우리의 판단 잘못이다. 이런 일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 한다’ 그랬어요. 그런 관성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자연히 조금씩 변화되는 가운데 에서도 부작용은 나옵니다. 그러니까 그때마다 원장이 똑바로 정신 차려서 판단해야죠. 이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라고.
▶ 통치권자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습니까. 실제 상당한 유혹을 느낄 거 아닙니까. 정치적인 세력들이 어떤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지 보고 싶어 하고 정보를 갖고 싶어 하겠죠.
-그러니까 그런 것에 대해 국가 정보원장은 초연해져야 합니다. 그래도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자꾸 돌아갑니다.
▶ 정치와 관련한 업무 영역을 어디까지 규정할 것이냐. 이것이 항상 논란이 되는 거 아닙니까?
-정치 관계는 정계의 불순세력, 예를 들면 북한의 침투라든가 이런 것이 있기 전에는 개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 국정원 국정조사가 초유의 일인데요. 앞으로 국정원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보세요? 말씀하신대로 정권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기관이 쉽지 않잖아요. 하루아침에 될 것 같지도 않고.
-김대중 대통령 때 햇볕정책을 하지 않았습니까. 햇볕정책은 마치 북한의 스파이도 용인한다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때 우리는 북한의 간첩을 더 많이 잡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 브란트가 동방정책을 한 후에 간첩이 더 많았어요. 왜냐하면 포용정책에 간첩이 더 많은 법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간첩이 북한에 보고를 하는데 의례 대한민국을 헐뜯는 보고를 합니다. 대한민국이 곧 망할 것처럼 보고를 합니다. 그러면 올바른 상황에 의한 남북 교류와 대화가 안돼요. 저쪽에서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그런 뜻에서라도 북한의 간첩을 더 많이 잡아야 된다, 그것이 햇볕 정책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그때 우리가 그런 강조사항을 말씀드렸습니다.
▶ 지금 국정원 개혁을 얘기하면서 국내파트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맞는 얘기입니까?
-국내파트를 없애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9.11 테러 사건 이후 전선이라는 것이 국내, 국외, 사이버 이런 것이 혼재해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내파트를 없앤다고 해서 임무가 더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대로 있어야 합니다. 단 아까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정권 안보를 위해 이것이 악용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자. 이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오늘 이종찬 원장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권이 아닌 국가를 위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