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0여개 도시서 "자유와 평등" 외치며 히잡 태워
이란에서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해 사망자가 속출한다는 외신들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현지 시각 21일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은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사건 이후로 지난 17일 시위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9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BBC는 이란 치안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면서 한 16세 소년이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쿠르디스탄에서 촉발된 시위는 현재 수도 테헤란과 시라즈, 케르만샤, 하마단, 타브리즈 등을 포함한 주요 20개 도시로 확산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한 동영상에는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검은색 히잡을 벗어 불태우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또 테헤란 집회에서는 "머리에 쓰는 스카프도 반대, 터번도 반대, 자유와 평등은 찬성"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는 등 현장 분위기가 갈수록 격화하는 모습을 보여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미국은 기본적 인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선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 출신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서방이 미국의 아동 학대, 캐나다 원주민 착취,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는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를 배격한다"고 말했습니다.
히잡은 이슬람 율법에 따른 것으로 여성은 천으로 머리와 얼굴 일부를 가려야 합니다.
앞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 씨는 지난 13일 수도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이어 아미니 씨는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16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는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조사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슬람권에서 이란은 유일하게 외국인을 포함해 외출 시 여성이 무조건 히잡을 쓰는 국가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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