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북한, 대한민국이 주 원인
왕 부장, '은퇴' 혹은 '승진' 갈림길에 서
왕 부장, '은퇴' 혹은 '승진' 갈림길에 서
지난 14~15일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왕이 부장이 이번 방한 전후 뺨을 석 대나 얻어 맞았다. 중국 지도부 관점으로 보면 대형 사고다"라는 평을 얻었습니다.
왕 부장은 15일 오전 정의용 외교장관과 회담을 하고 청와대를 찾아 10개월 만에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습니다. 한국 외교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직접 본 것이 2017년이 마지막이라는 점, 문 대통령이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점을 보면 왕 부장의 방한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뺨을 석 대나 얻어맞았다'는 표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 뺨은 국제올림픽위원회에게 맞았습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왕 부장의 방한은 내년 2월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문 대통령을 초청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미국, 영국, 유럽 등의 지역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의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한국의 지지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남북 고위급이 모두 참석하면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 기간을 앞두고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방한 일주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러한 중국의 계획을 망가트렸습니다. 현지시간으로 8일, IOC가 북한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2022년 말까지 정지시킨 것입니다. 올해 도쿄 하계 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이 그 이유입니다. 따라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북한은 국가 단위로 참석할 수 없게 됩니다.
왕 부장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한 남북 이벤트 계획이 무산되자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두 번째로 왕 부장의 뺨을 때린 건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청와대 예방을 마무리하고 정의용 외교장관과 점심을 먹던 왕 부장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듣고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평안남도에서 동해 상으로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는 사실은 중국 측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중국은 북·중 우호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북한의 핵과 관련해 "북한이 자제하고 있으니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북 제재 중 일부를 해제하자"며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이러던 중에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중국 얼굴에 먹칠을 한 셈입니다.
북한이 왕 부장의 방한 전 시험 발사한 비행거리 1200km의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한국군, 주한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느리지만 탐지하기 어려운 순항 미사일은 중국의 전략 구상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한국입니다.
한국이 왕 부장 방한 당일 공개한 신형 무기들은 "중국에 한 방 먹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왕 부장을 만난 직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충남 안흥 시험장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참관했습니다. SLBM은 3천 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발사돼 400km를 비행한 후 서남해상의 목표물을 맞혔습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 중국의 전문가는 이를 두고 "대놓고 반대할 수 없지만 목에 가시 같은 무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청와대는 무기를 사용하는 상대로 북한을 언급했지만, 중국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하 3의 속도로 비행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속도가 빨라 요격이 어렵고, 저공으로 비행하면 탐지하기도 어려워 '항공모함 킬러'라고도 불리는 무기입니다. 실전에 배치될 경우 서해는 물론 동중국해 등에서 활동하는 중국 항모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2013년 중국 외교부장 자리에 오른 왕 부장에게 올해는 승진과 은퇴의 갈림길에 선 중요한 해입니다. 왕 부장의 상관 격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내년 가을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은퇴할 예정입니다. 이에 왕 부장이 양 주임의 뒤를 잇거나 은퇴하게 됩니다.
현재 중국 외교가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중국 포위망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방문한 결과가 왕 부장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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