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의 향후 다년 협상에 한국 타결 내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8일 한·미 양국이 합의한 주한미군 주둔비용 협상 타결 소식에 일본 매체들이 이 같은 염려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와 주일미군 주둔비용 협상을 마무리지었는데 공교롭게도 조기 협상 타결을 위해 다년(多年 )이 아닌 올해로 한정해 '원샷’ 합의를 이뤘다. 그 결과 일본은 향후 5년(2022~2026 회계연도) 구간에 적용될 새 별도 협상을 이르면 올해 말부터 미국과 진행해야 한다.
이 미래 협상에서 이번 한·미 합의가 자칫 자국의 주둔비용 인상폭을 키우는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8일 일본의 대표적 영문 매체인 '더 재팬타임스'는 '한·미 간 비싸진(pricier)방위비 합의가 일본과 미국의 방위비 미래 협상에 영향(impact)'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하며 이 같은 염려를 담았다.
한·미 간 주한미군 주둔비용 인상폭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 외교가에서는 양국이 초기 두자릿 수 인상폭과 더불어 매년 최소 인상폭을 설정하는 조항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지난달 미국과 '2021 회계연도(올해 4월~내년 3월)' 로 한정해 주일미군 주둔비용을 전년 대비 1.2% 인상된 1993억엔(약 2조 1000억원)으로 최소화해 타결시켰다. 바이든 행정부와 분담금 문제를 신속히 풀기 위해 다년 계약을 포기하고 1년짜리 '원샷 딜'로 속전속결 처리한 것이다.
그런데 한 달 뒤 한국이 비교적 신속하게 6년으로 추정되는 다년 계약(2020~2025년)을 미국과 성사시키면서 오히려 일본보다 협상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얻은 셈이 됐다.
[출처 = 미국 CSIS, 일본 방위성]
일본 정부는 앞으로 2022~2026 회계연도에 적용할 다년 계약 협상을 바이든 행정부와 시작해야 한다. 이 때 한국이 미국에 합의한 인상율 수준 등이 일본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이와 관련해 일본은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국빈방문 당시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105대 구매키로 결정했다. 231억 달러(약 27조 7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국방비를 해당 계약 한 건에 몰아줄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공을 들인 것이다.
이처럼 미국산 무기 구매로 막대한 예산 지출을 감수한 상황에서 향후 주일미군 주둔비용 협상에 이번 한·미 합의가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일본은 상당히 억울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현지매체인 뉴스위크재팬은 8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합의. 다음은 일본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장관이 지난달 17일 주일 미군 주둔경비가 미국과 일본 사이 합의됐다고 발표했으며 내년 4월 이후 특별협정 형태로 협상을 계속하게 된다"고 전했다. 공영방송 NHK도 이날 "조 바이든 미국정부가 지난달 주일미군 주둔경비에 대해 일본과 잠정합의했다"며 "내년도 이후의 부담액은 다시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재철 기자 / 고보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