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개최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어 이달 말까지 적지 않은 인원이 모이는 실내 연말 파티를 약 20차례 기획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연말시즌 코로나19 급증세가 이어지자 보건당국이 실내모임과 가족·친지방문 자제령을 권고하고 있지만 정작 백악관 대변인은 "책임감 있는 파티라면 열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혀 비판이 나온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취재진이 "현재 미국 상태와 보건당국 권고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주최하는 연말파티가 적절하고 책임감있는 것인지"라고 묻자 "매장을 약탈하고 건물을 방화하고 시위에 나갈 수 있다면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갈 수 있다. 책임감있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면 된다"고 응수했다. 갑작스레 올 상반기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끌어들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이달 20차례에 달하는 연말파티를 준비하고 있으며 참석자 명단에 전현직 정부관계자, 선거캠프 직원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현직 공화당 의원이 포함돼있다고 보도했다. 다가오는 파티에선 체온 측정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아닌 권고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일부 인원은 개인적인 위험도를 고려해 백악관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며 "몇몇은 '대통령 주변 확진자가 너무나도 많았으니 지금쯤이면 집단면역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농담을 건넸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통계가 연일 최악을 기록하면서 이번 연말이 '크리스마스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약 28만 명에 육박하며 확진자와 입원환자 또한 증가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이날 "코로나19 사망자가 2월까지 45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12월, 1월, 2월이 미국 보건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를 내놨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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