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중 무역합의 1단계 서명식은 미국의 '승전 선언식'을 방불케 했다.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은 오전 11시50분에 입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총 75분간 진행된 행사 가운데 50여 분간 마이크를 독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미중간 역사적 무역합의에 서명함으로써 우리는 중대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서 "오늘부로 미국인, 중국인, 전세계를 위한 더 밝은 미래가 시작됐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참석자를 줄줄이 일으켜 세워 소개하면서 행사 시간이 예정보다 30분이나 길어졌다.
중국 전문가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상하원 의원들까진 그렇다쳐도 제너럴모터스(GM), UPS, JP모건 등 기업 관계자 수십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일이 즉흥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이로 인해 류허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은 어색한 표정으로 병풍처럼 서서 박수만 치는 상황이 장시간 연출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낮 12시부터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의 상원 이관에 대한 표결 절차를 시작한 점이 행사가 늘어진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두 이벤트가 나란히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는 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늦게 입장하고, 시간도 끌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잇따라 연단에 올려 자축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미국측 인사들을 향해 수차례 박수를 유도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기도 했다.
행사가 시작된 뒤 50분 뒤에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보낸 친서를 낭독할 기회를 얻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미국 측도 중국 기업의 무역과 투자 활동을 공평하게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직접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방문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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