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공대 시위자 30명 남아…"잔류자들 언어장애·거식증 시달려"

홍콩 시위대의 '마지막 보루'인 홍콩이공대에서 이 대학 학생회장 등이 추가로 나왔으며, 남아있는 사람들은 언어장애, 거식증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어제(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이공대 학생회장 대행인 22살 켄 우는 이 대학 로드니 추 교수의 도움을 받아 전날 오후 6시쯤 캠퍼스를 나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추 교수는 우 학생회장 대행이 캠퍼스 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 남아 있었다면서 경찰의 체포는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 학생회장 대행은 캠퍼스를 나오기 전 기자들에게 "이공대 안에는 더 적은 사람들만이 남아 있다"며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례를 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우 학생회장 대행 외에도 시위대에 음식을 제공하던 것으로 알려진 '요리사'도 전날 이공대 교정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시위대는 홍콩 도심 한가운데 있는 이공대 교정을 차지하고 이곳을 시위의 거점으로 삼아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핵심 교통 시설인 크로스 하버 터널을 공격해 교통을 마비시키는 등 격렬한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홍콩 경찰이 대규모 포위 작전을 펼치면서 상당수 시위대가 이공대에서 탈출한 가운데 퇴로를 찾지 못한 1천명가량의 시위대는 경찰에 투항했습니다.

경찰은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를 제외한 대부분 시위대를 체포했으며, 현재 이공대 교정 안에는 수십명으로 추산되는 소수의 강경 시위대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공대에 남아 있는 시위대 대표 2명은 이날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나타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의 심정을 밝혔습니다.

시위자 론(가명) 씨는 "이공대 내에 30명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 식사를 거부하거나, 말할 때 완전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하는 등 소통장애를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샹이라는 가명을 쓴 20세 시위자는 "이공대에 갇혀있던 지난 8일 동안 매일 새벽 4시가 돼서야 잠이 들었고, 누가 찾아올 때마다 불안했다"며 "이공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앞으로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봉쇄로 수십 명의 잔류자들이 이날 홍콩 구의원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경찰은 봉쇄를 중단하고, 학교 측은 경찰과 의논해 교내에 의료진을 배치하고 심리치료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