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돌연 경질됐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때인 2016년 우크라이나 대사에 임명되긴 했으나 직업 외교관 출신이고 임기가 불과 6개월 가량 남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질 배경이 석연치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불평을 듣고 요바노비치를 경질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사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WSJ 인터뷰에서 요바노비치가 사적인 대화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것이 경질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이 3월 말 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만들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여기엔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가깝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청한 것은 7월 말이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의 경질은 5월이었으니 트럼프 대통령과 줄리아니 전 시장 등은 전화통화 훨씬 이전부터 바이든 조사를 우크라이나 측에 압박해왔다는 의미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내가 그녀를 경질했는지, 아니면 다른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오랫동안 아주 나쁜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말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오는 11일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하던 와중에 "중국은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도 불쑥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서 일어난 일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것만큼이나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낸시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TV를 통해 또 다른 나라에 내년 대선 개입을 요청하는 것을 전 세계가 목격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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