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적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 동맹국에 새 해군동맹을 결성하자고 촉구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날 제레미 헌트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의회 성명을 통해 지난주 이란혁명군의 영국 유조선 나포를 '국가 주도의 해적 행위'로 규정하고 다국적 해양 보호 미션을 발족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과 서방진영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 해양 동맹을 결성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군대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 영국은 이와 별도로 유럽 동맹을 결성하면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에는 거리를 둔 채 보충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해군동맹에 참여하는 국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헌트 장관은 "지난 48시간 동안 많은 동맹국과 건설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여러 유럽 국가의 지지의사를 확인했음을 시사한 셈이다. 조셉 보렐 스페인 외무부 장관은 "영국과의 연대의 측면에서 그리고 국제적 해양에서의 운송을 보존하기 위한 의무를 지키는 차원에서 영국의 동맹 제안에 합류하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부 장관은 영국·프랑스와의 공조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시하면서도 긴장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마주한 위협에 맞설 방안과 함께 외교적 카드를 계속해서 살려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헌트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란이 계속해서 위험한 길을 간다면, 해협에서 더 많은 서방 진영의 군대의 모습을 보게될 것"이라며 "이는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영국과 그 동맹국이 항행의 자유를 언제나 수호하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영국이 시리아에 석유를 운송하여 유럽연합(EU)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Grace 1)을 나포하자 이에 이란이 크게 반발하면서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이란 혁명수비군은 지난 19일 영국 유조선을 나포해 억류 중이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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