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임시 대통령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을 체포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국제 사회 충돌을 예고했다. 야권 지도자 과이도 국회의장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새벽에 로베르토 마레로 실장이 정보요원들에게 강제 연행됐고, 요원들이 이웃에 사는 세르히오 바르가라 야권 의원 집에 총 두 대와 수류탄 하나를 두고 갔다고 한다"면서 "마두로 독재정권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2시께 베네수엘라 정보국 세빈(SEBIN) 요원 수십 명이 수도 카라카스 소재 마레로 실장 집을 예고없이 찾아가 그와 더불어 측근 1명을 체포했다고 EFE통신이 같은 날 보도했다. 네스토르 레베롤 내무부 장관은 국영 V-TV에서 "마레로는 콜롬비아 등 중미 일부 국가와 손 잡고 테러를 꾸민 혐의로 연행된 것"이라면서 "그의 집에서 테러 모의 증거로 보이는 두 정의 총과 거액의 현금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같은 날 트위터에서 "마레로를 즉시 석방할 것으로 요구하며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마두로 패거리들을 재정적으로 목 조를 것"이라고 거칠게 반응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미국은 '과이도 정권 인정' 이슈를 들고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오는 28~31일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미주개발은행(IDB) 연례총회를 두고 중국이 과이도 측 대표인 미국 경제학자 리카르도 하우스만을 배제한다면, 미국은 미국 측 중·남미 국가 대표들과 함께 회의에 불참함으로써 총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로이터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IDB는 중·남미 개발 원조 대출을 맡는 주요 국제기구로 올해 연례총회는 창설 60주년 기념행사를 겸한다. 중국은 마두로와 과이도 측 대표를 모두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과이도 지지를 강력하게 밀어부치는 중이지만 국제사회는 미묘한 기류 속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날 21일(현지),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이 "베네수엘라 리더십 상황이 명확하지 않다"면서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할 준비가 안 됐다"고 밝혔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별다른 언급없이 360억 볼리바르화를 풀어 자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경제부흥정책을 시행한다고 공언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화는 초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정확한 가치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