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성별의 정의를 '출생 시 결정되며 바뀌지 않는 조건'으로 축소해 규정하는 법안을 추진해 반발이 일고 있다. 사실상 성전환자(트랜스젠더)의 법적 권리를 축소하는 법안이라는 것.
지난 22일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보건복지부는 성을 '출생 시 생식기에 의해 결정된 생물학적인 불변의 조건(남성·여성)'으로 규정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이는 성을 전환한 트랜스젠더의 성별은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트랜스젠더와 일부 옹호자들은 해당 법안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고 고려할 가치가 없으며 위험한 조치"라고 항의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인구의 0.7%에 해당하는 트랜스젠더의 관용과 평등에 대한 열망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축소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3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허용했던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제한하고 이후 공립학교에서 트랜스젠더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한 조항을 폐지했다.
트랜스젠더 관련 법안은 앞서 캐나다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16년 트랜스젠더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연방 법안을 발효했다. 제안된 법령은 'Bill C-16(An Act to amend the Canadian Human Rights Act and the Criminal Code)'으로 성 정체성과 성 표현 관련 캐나다의 인권법 및 형법을 개정하는 법안이다.
트랜스젠더를 향한 차별을 금지하고 혐오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트랜스젠더들은 성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으며 본인들이 불리기를 원하는 인칭대명사로 불릴 권리를 갖고 이를 무시하는 행위를 할 시 위법'이라는 것.
여기서 인칭대명사는 'he, she' 이외에 'ze, zim, zer'와 같이 성 중립적인 표현을 가리킨다.
논란은 일각에서 해당 법안을 반대하며 불거졌다.
토론토 대학의 조던 피터슨 교수가 이 법안이 발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피터슨 교수는 이런 대명사 사용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을 비판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해 주목받았다.
그는 "일정 언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법률은 사법제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발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곧 생각할 권리를 앗아가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전체주의가 발언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시작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트랜스젠더, 급진 좌파, 페미니스트들은 피터슨 교수를 '트랜스 혐오자'라 비난하며 맹공을 펼쳤다.
'Bill C-16'은 지난해 상원 의원 표결을 거쳐 현재 의회를 통과한 상태다. 트랜스젠더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1년 넘게 지속돼 온 논란은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이와 비슷한 지침서가 지난 2016년 뉴욕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미 온라인 매체 '데일리 콜러'에 따르면 뉴욕시의 인권법에 의거, 개인이 선택한 성 정체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위법에 해당된다.
고의로 트랜스젠더가 선호하는 대명사를 사용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뉴욕 시민들은 최소 31개의 성 정체성 항목 중 자신이 원하는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성 정체성 리스트를 보면 '젠더 퀴어(gender queer)', '범성애자(pangender)', '제3의 성(third sex)',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 등이 포함됐다.
젠더 퀴어는 "성 정체성이 남녀가 아닌, 그 사이이거나 또는 몇 가지 성별이 결합된 사람", 젠더 플루이드는 "성 정체성이 사회의 성별에 따른 기대에 따라 유동적으로 전환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욕시는 세부 항목의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해당 지침서가 차별금지 법안에 의해 보호받는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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