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로 미 업체로부터 조달받아오던 부품 공급이 차단돼 어려움을 겪어왔던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중싱통신(ZTE)이 중국 내에서조차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영업활동에 극심한 차질을 겪고 있다. 미국 내에서 애플,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스마트폰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ZTE는 전날 홍콩거래소에 제출한 문건에서 회사의 주요 영업활동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16일 ZTE에 대해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나온 조치다.
통신장비 부품의 25%가량을 퀄컴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하는 ZTE는 이번 제재로 소비자가전, 통신·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ZTE는 지난 6일 미국의 제재가 "회사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지난 미국 상무부에 제재를 유예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바 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ZTE는 미국의 제재가 시행되자마자 국내외에서의 모든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고 전했다. 제재 이후 ZTE는 홍콩거래소에서의 주식거래를 중단하고 주주총회도 연기한 상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ZTE는 스마트폰 판매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준 ZTE의 기기들은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 톈마오의 ZTE 공식 판매처에서 일체 판매가 중지된 상태다. ZTE의 중문 공식 홈페이지에는 페이지 개편중임을 알리는 문구와 함께 붉은 수건을 맨 체 배 위에서 노를 젓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이 게시돼 있다. 사진 하단에는 "봄은 분투의 계절"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경영난에 처한 회사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ZTE의 모바일 사업부 매각설도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ZTE가 화웨이, 샤오미 등 경쟁사에 모바일 사업부를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현지언론들은 협상대상자로 언급된 이들 업체가 모두 매각협상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TE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9위 업체다.
ZTE 문제는 지난 3~4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되기도 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4일 "미중 무역담판에서 중국은 ZTE제재안에 대해 미국 측과 엄정한 교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ZTE 사안은 다음주 워싱턴에서 재개될 미중협상에서도 또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ZTE는 "제재 철회나 완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미국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업상 의무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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