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할 수도 없었고, 아이도 낳을 수 없어요. 할 수만 있다면 16살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1948년부터 일본에서 시행한 우생보호법으로 인해 강제로 불임수술을 받은 피해자중 한 명인 70대 남성은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우생보호법은 정부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간질·혈우병 등 유전성 질환 환자, 정신질환자, 지적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열등한 유전인자'를 없애겠다는 취지인 것. 우생보호법은 나치 독일이 시행한 '단종법'을 모티브로 1996년 폐지될때까지 48년 동안 이어져왔지만 피해자가 소송을 내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1962년 일본 정부 문서에서 "본인과 친족이 수술을 거부하는 상황일 경우 몸을 구속하거나 속여서 수술을 해도 된다"는 내용이 발견되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우생보호법 시행이 짬짬이 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 역시 제기됐다. 한 우생보호법 피해 여성은 당시 15세의 나이에 '유전성 정신박약'을 이유로 불임 수술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1살 때 수술 시 마취 사고로 장애를 앓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약 1만 5600명이 이 같은 법으로 인해 강제 불임수술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자체 자료에 남아있는 이들은 20%에 불과해 자료조사만으로는 진위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생보호법과 비슷한 취지의 법은 과거 독일, 스웨덴, 스위스,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공공연히 시행됐다. 독일은 1933년 당시 유대인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유전질환 자손 방지를 위한 법률', 일명 단종법을 진행해 약 4만명이 강제 불임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역시 1997년 피해자들의 사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독일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후 국가 차원에서 보상을 실시했고 스웨덴 역시 1999년 보상 관련 법안이 제정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여전히 해당 사건에 대해 "합법적으로 시행된 것"이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9년 당시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이 '장애인 불법 강제 불임수술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우생학을 기초로 장애인 강제 불임수술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공식 조치는 없었다.
[디지털뉴스국 양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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