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해안을 중심으로 발생한 강풍을 동반한 눈폭풍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폭설로 교통편이 마비되고 정전이 잇따르면서 주민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대서양의 습한 공기와 북극의 한기가 만나 만들어진 이른바 '폭탄 사이클론'이 세력권을 점차 확대하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4일(현지시간) 보스턴의 예상 적설량이 최대 45cm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도 메인, 뉴헴프셔, 버몬트,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등 뉴잉글랜드지역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적설량이 예고됐다.
인구 밀집 지역인 뉴욕에서도 20cm 이상 눈이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역 내 공립학교가 휴교를 결정했으며 관공서, 일반 기업도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재택 근무로 전환했다.
뉴욕, 뉴저지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경계 정도를 최고 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교통수단도 눈길에 막히면서 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항공정보 제공업체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에서 취소된 항공편은 5000편을 넘어섰다. 이 중 3분의 2가 뉴욕, 보스턴 등 폭풍 피해지역의 공항에서 출발하거나 착륙하는 항공편이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존F케네디(JFK), 라과디아 등 뉴욕 내 국제공항이 폭설로 인해 시계가 흐려지는 '화이트아웃' 현상으로 인해 전면 폐쇄됐다. 라과디아공항은 이날 오후 7시께 운영을 재개했으나 당국은 탑승객에게 항공사 측에 운행 여부를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기차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워싱턴DC와 버지니아주의 뉴포트뉴스, 노퍽을 잇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으며 뉴욕과 보스턴을 잇는 열차도 예정대로 운행되지 못하고 있다.
해안 지역에는 높은 파도로 도로가 침수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매사추세츠에는 사상 최고 높이인 4.6m의 파도가 일었으며 비슷한 높이의 파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일부 해안 저지대에서는 홍수가 발생했다.
이번 눈폭풍은 세력을 확대해 남부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연중 온난 기후인 플로리다에도 30년 만에 눈이 내렸다. 현지 언론은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현지에서 서식하는 이구아나, 바다거북 등 동물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강설량은 비교적 줄어들고 있으나 주말 동안 차가운 강풍이 이어지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동부 해안 지역에 최대 시속 113km의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고했다.
풍속이 강해지면서 정전 피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동북부 지역에서 6만5000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인명 피해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텍사스 휴스턴에서 노숙자 2명이 사망한 것을 비롯해 최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 결빙으로 인한 인명 사고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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