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1만 명 규모의 사이버전 부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공산당 일당체제인 베트남이 중국처럼 국가차원에서 소셜미디어(SNS) 등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베트남 인민군 정치부의 응우옌 쫑 응이아 중장은 지난 25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전국 교육·선전 관련 회의에서 1만 명 넘는 핵심 사이버 전사로 구성된 '47부대'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응이아 중장은 "베트남은 언제라도 그릇된 견해와 싸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잘못된 정보와 반국가 선전활동에 대한 대처가 이 부대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FT는 "베트남이 공개한 사이버전 부대는 중국 당국이 정부의 입맛대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두고 있는 '댓글 부대' 50센트당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베트남은 올해 들어 웹사이트,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 인터넷 공간에서 발생하는 반체제 활동을 차단하는 데 고삐를 죄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9600만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63%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계정도 4500만개가 넘는다. 인터넷 이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베트남 당국이 공산당의 기반을 굳건히 하고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발전을 위해 인터넷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는 "부 득 담 베트남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당과 국가의 정책, 베트남 문화에 반하는 내용을 유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인터넷 통제 수위는 중국 못지 않다. 베트남 정부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반체제 관련 영상과 계정의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는 지난 상반기 베트남 당국이 문제 삼은 1500여개의 반정부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트남 정부는 이달 초 SNS를 이용해 당의 평판을 훼손한 당원들을 제명하겠다고 발표했다. SNS를 통해 반국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중형을 선고받는 네티즌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베트남의 인터넷 자유도가 전체 100개국 가운데 76위라고 발표했다.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