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앨라배마주 상원 보궐선거를 강타한 공화당 소속 로이 무어 후보의 성추문 의혹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일침을 날렸다.
AP통신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방카는 이날 무어의 성추문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어린아이들을 먹잇감으로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자리가 지옥에 있다"고 답했다.
이방카는 "나는 아직 (무어의) 타당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며 "피해자의 주장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후보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지는 않았다.
이방카의 이러한 일갈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뒤 돌아온 후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13일 미국으로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15일 순방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무어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까지 나서서 무어의 사퇴를 촉구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 고위 참모들 사이에서 "대통령이 곤경에 처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무어의 사퇴를 공개 촉구했다 반발에 직면하거나 무어가 보선에서 승리하기라도 하면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지난해 대선 때 성추문에 시달렸던 만큼 직접 사퇴 요구를 하기 껄끄러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공화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앨라배마주를 민주당에게 넘겨줄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보궐선거를 앞둔 무어는 과거 10대 소녀들을 성추행했다는 파문에 휘말려 여론조사 선두를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에게 내줬다.
보궐선거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꼽힌다. 앞서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와 뉴욕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3연패를 당한 공화당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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