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구글맵을 보세요. 한국의 도로 인프라는 잘 발달돼 있는 반면 북한은 중국에 가닿을 때까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한미 동맹의 성과이며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란 점을 깨닫습니다."
미국 공화당 소속의 거물 정치인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하며 한미 동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워커 주지사는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할 정도로 열의가 넘쳤다. 워커 주지사는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를 거론했던 연설은 한·미 양국에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며 "나도 참전용사였던 삼촌을 떠올리며 동맹 강화의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경선 주자로도 출마했던 워커 주지사는 2015년 경선 초반 여러 차례 여론조사 선두를 차지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번 워커 주지사의 방한은 13~15일 이뤄졌으며 경제 협력, 투자 유치 등의 목적으로 위스콘신 현지기업 8개사로 이뤄진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워커 주지사는 "한미 FTA는 위스콘신주 및 미국 전체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강력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미 FTA는 경제적 의미도 있지만 북한에게 실존적 위협을 받고 있는 현 상황에선 한-미 간 통합의 상징"이라며 "꼭 유지해서 어느 때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커 주지사는 펜스 부통령이 인디애나주 주지사였던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워커 주지사는 "나와 친한 펜스 부통령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미 FTA 옹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보 시절부터 무역 역조 개선을 부르짖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FTA 폐지를 위한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밝혀 미국 정·재계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워커 주지사는 친기업 행보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7월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의 폭스콘(Foxconn)의 100억달러(약 11조3000억원) 규모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제조 공장 단지를 치열한 경쟁 끝에 유치해 위스콘신주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했다.
워커 주지사는 유치 비결에 대해 "기업하기 좋은 주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덕"이라고 답했다. 그는 "2017년 회계연도까지 8년 간 80억 달러의 감세를 실시했다"며 "특히 제조업과 농업에 0.4%, 사실상 제로(0) 수준의 세율을 적용한 게 주효했다"고 밝혔다.
위스콘신주는 미국 CEO 전문잡지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가 선정하는 '기업하기 좋은 주' 순위에서 2010년까지만 해도 하위 10위권에 머물렀으나 워커 주지사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 10위까지 뛰어올랐다.
위스콘신주 의회는 최근 폭스콘에게 30억달러(약 3조 4000억원) 규모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결의한 바 있다. 워커 주지사는 "폭스콘 공장 단지가 들어올 남동부 지역에 실리콘 밸리의 이름을 딴 '위스콘(Wisconn) 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주문했다.
워커 주지사는 "위스콘신주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에게도 폭스콘처럼 여러 세제 혜택을 지원할 것"이라며 "위스콘신주의 강점인 바이오과학·물기술·농업 분야에도 한국기업들의 활발한 진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커 주지사는 "내가 주지사로 있었던 최근 6년 간 위스콘신의 대한국 수출은 33%, 수입은 42% 올랐다"며 "앞으로도 깊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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