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부문 매각을 추진 중인 도시바가 결국 소송을 무기로 삼은 웨스턴디지털(WD)에 무릎을 꿇었다.
도시바가 31일 이사회를 열고 WD을 중심으로 한 '신 미일연합'과의 단독협상을 승인한 뒤 내달께엔 본 협상을 체결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반도체사업(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무산됐다.
도시바는 WD의 출자 비율 등에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와 WD는 양사 CEO들이 도쿄에서 직접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도시바메모리 매각 규모는 2조엔(약 20조원)이며 WD은 이중 1500억엔을 부담키로 했다. 도시바 역시 일부 자금을 출연해 일정 지분을 확보키로 했다. 기존 한·미·일 연합에서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 대신 WD와 KKR이 참여하는 형식이다.
WD은 우선 전환사채 형태로 참여한다.
각국 반독점규제당국의 심사를 단기간에 끝내기 위해서다. 당장은 일본측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향후 도시바 메모리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된 후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양측은 상장 후에도 WD의 지분율을 전체 3분의 1 이하로 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도시바는 지난 6월말께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WD과의 법적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았다. 도시바 본체의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결산시점(내년 3월)까지 반도체 매각이 완결돼야 한다. 결국 시간에 쫓긴 도시바는 WD과의 타협을 택했다.
WD는 도시바의 반도체 주력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해왔다. 도시바가 반도체 부문 매각에 나서자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절차를 중단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도시바메모리 매각까지는 아직도 관문이 남아있다. 내년 3월 이전에 각국 반독점 규제당국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정부의 심사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가 변수라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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