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설화(舌禍)'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의 영어실력을 조롱해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별도 대화를 설명하던 중 뜬금없이 아키에 여사를 거론하며 "그녀는 멋진 여자인데, 영어는 못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못한다는 얘기냐'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헬로우' 이런 것도 못한다"고 비아냥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외국 정상 부인의 영어 실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이 있는데다가, 실제로 아키에 여사의 영어실력이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과장 내지는 허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 의회전문지 더 힐은 "과거 동영상을 보면 아키에 여사가 영어를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영어를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하면서 아키에 여사가 2014년 9월 포드 재단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부인인 브리짓 여사에게 "몸매가 무척 좋다"고 말해 결례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말' 뿐만 아니라 '거짓말'에서도 탁월함을 보였다.
20일 워싱턴포스트(WP)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인터뷰, 기자회견 등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836번의 거짓말 또는 틀린 발언을 했다. 하루 평균 4.6번 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거나 잘못된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오바마케어 실적, 감세 효과, 러시아스캔들, 취임식 참석인 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을 마치 자신이 한 것인 양 주장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사드 비용 분담, 방위비 분담금, 무역적자 규모 등에 대해 잘못된 사실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그러나 이날 취임 6개월을 맞아 과장과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6개월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추구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시작, 중국으로 소고기 수출 재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협상 등의 성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지난 주 한·미 FTA 재협상 절차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안보분야에서는 시리아 남부지역 휴전 성사, 이란 제재 강화, 이슬람국가(IS) 공격으로 이라크 모술 탈환,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을 업적으로 열거했다. 또 정부의 국산품 구매 확대, 수습사원 취업 확대 등의 행정명령을 통해 취임 이후 86만3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 정치 평론가들은 이날 백악관 발표에 대해 러시아 스캔들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무리수라고 평가했으며, '엄청난 성과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지지율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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