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해외 원자력사업 부정회계로 기업 전체가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본 명문기업 후지필름의 복합기 제조업체 후지제록스에서도 분식회계가 발각돼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의 호주 자회사에서 부정회계가 일어나 누적 총 손실액이 2010년~2015년 6년 동안 375억엔(약 3850억원)으로 늘어났다고 13일 밝혔다. 이에앞서 후지필름은 지난 4월 후지제록스의 뉴질랜드 판매 자회사에서 복합기 임대 거래를 둘러싸고 2010년부터 약 6년간 약 220억엔(약 2260억원)에 달하는 분식 회계를 확인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날 발표는 뉴질랜드 자회사 분식회계를 확인한 이후 회사가 제 3자를 통해 추가조사를 한 결과다.
이와관련 NHK방송,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에서 발생한 이러한 부정 회계의 책임을 물어 야마모토 다다히토 후지제록스 회장 등 6명의 고위급 경영진을 이달 말까지 퇴임시키로 했다.
후지필름이 제3자 기관을 통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지제록스 경영진은 2015년 중순 현지 법인의 회계 부정 사실을 인지하고도 오히려 이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다. 이후 후지제록스 부사장 등이 모회사 후지필름에 허위로 보고하면서 정보가 차단됐다.
일본 언론들은 후지제록스의 부정 행위의 원인으로 '매출지상주의'를 꼽았다.
해외 자회사 소속 사원의 보수가 매출을 기준으로 결정되면서 실적 부풀리기를 유도했다는 지적이다. 자회사 사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이사회가 충분히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지필름은 문제점이 드러나 기업 체질과 통치구조를 시정하기 위해 후지제록스 임원진의 해임을 결정했다. 당장은 후임 회장 없이 모회사 후지필름홀딩스의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이 겸직한다. 이 밖에도 후지필름 임원급 6명이 파견돼 그룹 경영통제 강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고모리 회장은 자신의 4~6월 보수를 10% 반납하기로 하고 후지필름 고위 임원의 상여금도 삭감했다.
부정회계에 연루된 해외 현지법인의 간부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
후지제록스는 후지필름 연결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면서 그룹 내에서 큰 영향력을 보여왔다. 후지필름은 후지제록스의 주식 75%를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 통치권이 적절히 발휘되지 못한 것은 그룹내 매출 영향력을 등에 업은 후지제록스의 독립 의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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