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남아메리카 우방이었던 파나마가 중국과의 수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했다고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보도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관과 이사벨 세인트 말로 파나마 부통령 겸 외교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양국 외교관계 수립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파나마 정부가 세상에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공동성명에 서명한 날을 시작으로 양국이 외교관계를 맺는다"고 밝혔다. 파나마 정부도 성명을 내고 "오늘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고 대만과의 모든 관계와 공식 접촉을 끝낼 것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수교국은 20개국으로 줄어들게 됐다. 파나마 정부의 결정은 지난해 독립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기 위해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SCMP는 "중국은 파나마와의 수교로 '미국 뒷마당'인 남미에 영향력을 강화한 반면 대만은 외교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진단했다.
파나마는 그동안 중국과의 수교를 여러 차례 희망했지만 중국이 대만과의 단교를 전제 조건으로 거는 바람에 불발됐었다.
하지만 막대한 경제력을 내세운 중국이 '돈 보따리'를 풀자 결국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대만과 관계를 끊는 선택에 이르게 됐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파나마 운하를 세계에서 두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가이며,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최근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일환으로 파나마 운하 주변 토지 개발까지 뛰어들었다.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은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기회의 새로운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수교는 우리나라를 위해 올바른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강력하게 반발하며 결국 파나마와 외교 관계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만은 1954년 파나마와 수교를 맺었으며 차이 총통은 지난해 6월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로 파나마를 선택했을 정도로 대만의 전통 우방국이었기에 이번 단교가 뼈아프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다웨이 대만 외교부장은 "파나마가 마지막 순간까지 대만을 기만했다"며 비난했다. 대만은 파나마 원조를 전면 중단하고 대사관과 기술단 등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리 부장은 "대만의 국제외교 공간이 지속적으로 압력을 받고 있지만 더욱 과감하게 대외관계를 확대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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