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이 사실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파리협정을 '나쁜 협정'이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행동은 미국 우선주의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지난달 중순 의회에 보고한 '2017년 세계위협평가'(Worldwide Threat Assessment)에서 기후변화를 인간안보(Human Security) 분야에서 큰 위협으로 규정했다.
DNI는 "세계기상기구(WMO)가 2017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더 극단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DNI는 또한 전 세계 인구의 92%가 공기 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대기 환경 속에서 거주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조사를 인용해, 대기오염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산림파괴 등을 겪고 있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DNI는 생물 다양성도 서식장 손실, 과잉개발, 오염 등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DNI는 "1970년 이후 척추동물 개체 수가 60%나 감소했다"며 "생물 종의 멸종 속도가 인간 영향이 미치지 않았던 자연상태와 비교해 100∼1천 배 이상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부터 기후변화를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뺏기 위해 중국이 지어낸 거짓"이라 주장하며 파리협정의 폐기를 주장해왔다.
미국 정부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약속을 파기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뉴스국 황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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