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결정한 미국을 향해 전세계 지도자들이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또 중국은 스스로 기후변화 협정 주도자를 자처하는 등 미국이 '왕따'로 고립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 선언을 한 1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응ㄴ 공동성명을 내고 "파리기후변화협정은 재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심각할 정도로 잘못된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엔 역시 실망스럽다는 입장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세계는 더욱 야심차게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이행하고 이에 따른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지구 안전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비판에 가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기자회견이 끝나기도 전에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미래를 거부한 극소수 국가에 합류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하던 지난해 9월 오랜 진통 끝에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비준에 성공하면서 이를 정권 최대의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미국 고립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글로벌 질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겠다는 국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탄소 배출 국가인 중국의 리커창 총리는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중국-EU 정상회담에 참석해 파리 기후변화협약 준수를 명시한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이 빠진 틈을 놓치지 않고 EU와 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후변화 의제를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엿보인다. 독일 역시 이러한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2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손으로 개척해야 한다"며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의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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