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을 언급하면서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탄핵 위기에 놓인 도널드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대학 졸업 후 48년만에 모교인 웰즐리대 졸업식에 참석해 닉슨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우리는 과거 자신을 향한 수사를 하려는 법무부 수장을 해임한 뒤 사법방해로 탄핵을 받아 불명예스럽게 하야했던 대통령에 분노했다"며 "권력을 쥔 사람들이 사실을 조작하고 자신을 조사하려는 사람들을 공격하려는 것은 자유로운 사회의 종말을 알리는 징조"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독재 정권은 우리의 법, 권리, 예산 뿐만 아니라 사상과 신념까지 통제하려 한다"며 "독재정권의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의 발언은 1973년 닉슨 전 대통령이 당시 워터게이트 수사 특검을 경질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과 부장관을 해임하면서 탄핵 여론에 휩싸인 것을 지칭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말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9일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중단하고자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경질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전 장관은 1969년 3월 자신의 졸업식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학생 대표로 졸업연설을 맡으며 주목받았다. 당시 여성과 흑인 인권문제 등 진보적인 주제로 발표한 클린턴 전 장관의 연설은 잡지 '라이프'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내 마음 속에는 늘 여러분과 함께 있다고 믿는다"며 "여러분은 자기 확신을 갖고 꾸준히 정진해 위대해지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48년 만에 원로 정치인으로 학교에 돌아와 연사로 나선 클린턴 전 장관의 연설에 졸업생들을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동의를 표했다.
[박대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