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미국행 항공기에 랩톱(laptop) 등 전자제품 기내 반입을 금지하는 미국 국토안보부 정책이 발표된 후 항공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65개 항공사를 회원으로 둔 항공업계 대변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기내 랩톱 반입이 금지되면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수가 대폭 감소해 당장 11억 달러(1조238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IATA측은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랩톱 등 전자제품이 기내가 아니라 화물칸에 실릴 경우 항공기 화재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IATA 측은 존 켈리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랩톱 반입 금지안의 대안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위험 등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항공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는 중동·북아프리카 이슬람권 7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에서 이미 시행된 전자제품 기내 반입금지 정책이 조만간 유럽발 미국행 항공기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항공사들은 랩톱의 기내반입이 금지되면 탑승객 수가 급감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전자제품 기내 반입금지 조처가 실행되면 하루 평균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 390편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승객 수로는 일평균 8만5000명 선이다. 이는 이슬람권에서 미국으로 오는 항공편 50편에 비해 8배 가까이 많다.
랩톱 반입금지 확대는 특히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등 미국 주요 항공사에 큰 타격을 가할 전망이다.
승객들의 불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ABC는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샤를드골, 히드로 등 유럽 주요 공항에서 보스턴, JFK, 뉴어크, 디트로이트, 오헤어 등 미국 주요 공항으로 출발하는 비즈니스맨과 여행객들이 앞으로는 종이 잡지와 신문, 얇은 서적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항공사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미국과 유럽연합(EU)측은 이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성이 있음을 인지하고 17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었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EU 주요국 관리들은 이날 회의에서 랩톱의 폭탄 설치 가능성,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이 꾸미는 랩톱 폭탄의 실질적 위험 정도 등 국제항로의 비행 중 위협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교환했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큰 성과는 없었으며 미국이 발표한 기존 정책보다 완화된 합의점이 나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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