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정보기술(IT)주 투자 판단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투자의 귀재' 버핏도 이 분야에서 맛을 본 것이다.
그는 6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구글과 아마존에 대한 투자를 놓쳤다고 실토했다. 구글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투자했어야 했는데 IT기업의 경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오랜 기간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IT주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IBM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8%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가 됐지만 올해 들어 3분의 1 정도를 매각했다. 버핏은 주주들에게 "6년 전에는 IBM이 더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 때처럼 IBM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약간 내리막길인 것으로 다시 평가했다"고 밝혔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2011년 IBM에 12억30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이후 20%가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에도 투자한 버핏은 애플에 대해 기술기업이라기보다는 소비재기업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버핏은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헤지펀드에 또 한번 일침을 놨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그들의 고액 수수료 만큼 값어치를 못하고 있다면서 수수료가 저렴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게 낫다고 강조했다. 또한 헤지펀드 매니저보다 치과의사나 배관공에게 돈을 쓰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동안 헤지펀드업계는 해마다 고객 투자금의 2%를 운용보수로,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챙기는 '2-20' 수수료 관행을 고수해왔다.
버핏은 지난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도 "수조달러의 고객 투자금을 굴리는 월가 금융기관과 자산관리인들이 엄청난 수익을 챙긴 반면 고객은 그렇지 못했다"며 "투자자들은 지난 10년간 자산관리인들에게 주는 댓가로 1000억달러가 넘는 돈을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1∼2016년 고객 정보를 도용해 200여만개의 계좌를 개설한 웰스파고 사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버핏은 "큰 문제가 있다면 최고경영자(CEO)가 알아차렸을텐데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버핏은 웰스파고 지분을 10%나 보유한 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올해 86세인 버핏은 회사의 후계구도 불안과 관련한 주변의 시선에 대해 "내가 오늘밤 죽어도 버크셔 주가는 오를 것"이라며 "10년 뒤에는 회사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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