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제외한 유럽연합(EU) 소속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영국과 EU는 오는 6월 8일 영국 총선 이후 본격적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EU 27개국 정상들은 4월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EU가 브렉시트 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은 3월 29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EU 탈퇴 방침을 통보,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한 지 딱 한 달 만이다.
EU는 이날 채택한 가이드라인에서 '선(先) 탈퇴, 후(後) 미래관계 협상'이라는 순차적 협상 원칙을 명시해, 탈퇴 협상과 새로운 경제 협정 진행을 동시에 하자는 영국의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즉 영국이 EU가 청구한 위자료 금액을 먼저 내고 영국 내 EU 시민들의 거주·노동권 등을 보장하지 않고는 FTA 등의 논의를 시작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밝힌 것이다. 투스크 의장은 "(EU와 영국이) 미래(관계)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영국은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EU에 최대 600억 유로(약 72조 원)를 내야하며 데이비드 캐메론 전 총리가 동의한 EU 예산안에서 영국이 부담해야 할 몫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 후 사실상 피부에 와닿는 타격을 입게 될 영국 내 EU 회원국 국민들과 EU 회원국 내 영국 국민들의 권리도 반드시 보장돼야 할 것을 천명했다. 현재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국민들은 300만 명에 달하며 EU 회원국에 사는 영국 국민들은 200명에 달한다. 이들의 브렉시트로 인해 거주권은 물론 복지와 고용 등에서도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투스크 의장은 이와 관련해 "영국의 진지한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의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북아일랜드 주민들이 아일랜드와 합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북아일랜드는 EU에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입장에서 브렉시트 후 북아일랜드를 잃게 되면 경제적 타격은 물론 국가 신뢰도 또한 추락하기 때문에 영국과 아일랜드 국경 문제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첨예한 논쟁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EU 27개 회원국들은 이번 특별정상회의에서 영국의 요구 사항에 사실상 모두 퇴짜를 놓은 것이여서 브렉시트 협상은 초기부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특별정상회의 결과에 대해 "EU에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방침일 뿐"이라며 "영국의 입장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에 표를 던지는 것만이 영국에 유리한 조건을 따내는 길"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도 "영국과 EU의 협상은 선의(goodwill)에 의해 진행될 것이 맞긴 하지만 힘들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지도자를 뽑는 것이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총선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EU는 다음달 22일께 협상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한 협상 지침을 준비한 뒤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협상을 위한 양측 대표간 첫 대화는 오는 6월 8일 영국 총선이 끝난 뒤 12일 쯤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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