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집트 서부 한 공군기지에 특수부대를 투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러시아가 리비아 내전에 언제든지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중동에 교두보를 마련한 러시아가 '서진(西進) 정책'을 계속해 북아프리카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집트와 리비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이집트 시디바라니 군사기지에서 러시아 특수부대와 드론의 모습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시디바라니 군사기지는 리비아 국경으로부터 불과 100㎞ 떨어진 군사적 요충지다.
이집트 군 소식통은 22명의 러시아 특수부대원들을 목격했다고 좀 더 상세하게 전했지만, 이들의 구체적인 임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러시아가 지난 2월 이집트 서부 마르사 알 마트루흐에서 약간 떨어진 다른 군사기지에 이미 주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군대의 이집트 주둔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고, 이집트 당국은 러시아 주둔군의 존재를 부인했다. 이집트군 관계자는 "이집트 국경에 외국 군인은 없다"며 "이것은 (이집트) 주권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집트 군 소식통은 "러시아의 이집트 주둔은 사실로 보이며, 미국은 리비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리비아 동부 최대 무장집단 '리비아국민군'을 이끄는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 측에 군장교를 보내 군사훈련을 돕는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리비아 국경에서 100㎞ 떨어진 지역에 특수부대를 배치한 것은 본격적인 리비아 내전 개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의 이집트 주둔은 양측간 '신밀월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 2015년 러시아 여객기가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추락한 뒤 양국 관계는 급속하게 냉각됐다. 하지만 지중해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안정적 원유공급을 원하는 이집트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자 실리를 추구하기로 양국은 합의했다. 이에 양국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공수부대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이집트가 시디바라니 군사기지를 러시아에 임대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이 기지를 2019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시디바라니 기지는 옛 소련이 미국 해군과 지중해 국가 해군의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건설됐던 곳이다. 러시아는 이 기지를 바탕으로 지중해 제해권 장악 및 아프리카로의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