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자사의 슬로건으로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서 죽다'(Democracy Dies in Darkness)를 선택했다.
WP가 슬로건을 채택한 것은 신문의 14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WP는 자사 웹사이트 회사명 바로 아래 이 슬로건을 띄워놓았으며 지면에도 이를 그대로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슬로건은 소유주인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과거 발언에서 따왔다. 베저스 CEO는 WP를 인수한 2013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가운데 많은 사람은 지금 '민주주의가 암흑 속에서 죽는다'고 믿고 있고, 또 그런 가운데서도 어떤 기관들은 (희망의) 빛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WP가 그런 막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WP가 슬로건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한 이유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행적 정책을 겨냥한 것이란 추측이 흘러나온다. WP는 선거 전부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온 언론 중 하나이며, 대선 한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유부녀를 유혹한 경험을 외설적인 표현을 섞어가며 얘기했던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폭로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대통령도 WP를 뉴욕타임스(NYT), CNN 등과 묶어 '가짜 뉴스'라 부르며 날을 세우고 있다.
미 정치 매체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140년 역사의 WP는 1·2차 세계대전, 대공황, 냉전, 베트남 전쟁, 테러와의 전쟁, 오바마 정부 8년을 거쳐오면서도 단 한 번도 슬로건을 가진 적이 없다"며 WP의 슬로건 채택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NYT의 경우 '지면으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뉴스)라면 모두 다룬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를, 시카고 트리뷴의 경우 '세계 최고의 신문(The World's Greatest Newspaper)'을 자사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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