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을 두고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23일 오후 말레이시아 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청년 지부 소속 부대표 등 일부 정치인들이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항의 성명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정당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대사관에 직접 행동을 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격화 중인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외교 갈등이 말레이시아 내부 정치로 옮겨 붙는 양상이다.
UMNO는 현재 집권 중인 나집 라작 총리가 속한 말레이시아 여당이다. 오늘 방문할 정치인들은 UUMNO의 신진 정치인들로 구성된 청년지부 소속이다. 현재 말레이시아의 체육부 장관은 UMNO 청년지부의 대표인 카이리 자말루딘이 맡고 있다.
복수의 현지 소식통은 "23일 오후 UMNO 청년 지부 부대표와 소속 정치인들이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들이 항의 성명을 제출한다고 해도 북한 대사관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북한 대사관은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가 결탁해 이번 피살 사건의 배후를 북한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김정남 피살 사건에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 현광성(44)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연루됐음을 확인한 뒤에도 자국 시민의 북한 여행에 관한 어떠한 제한 조치도 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
매일경제는 22일 말레이시아 외교부와 여행국에게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북한 여행과 관련된 제한이나 권고 조치 등이 취해졌냐고 묻자 "그런 조치는 전혀 없다. 가고 싶으면 다녀오시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외교부 관계자는 웃으며 "북한은 우리의 친구다.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해 북한과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말레이 고위 당국자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말레이시아가 대외적으로는 주평양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도 물밑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해 유지하려는 것이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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