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미일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영부인 역할 수행에 나섰다.
멜라니아 여사는 11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와 플로리다 델레이 비치에 있는 모리카미박물관을 방문해 산책을 즐겼다. 모리카미박물관은 미국으로 건너간 일본계 이주민이 기부한 6만㎡ 규모의 토지에 조성된 박물관으로 일본식 정원과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두 여사는 트럼프와 아베가 골프로 시간을 갖는 동안 박물관에서 약 1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다.
타이트한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멜라니아 여사와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아키에 여사는 처음에는 어색한 듯 말 수가 적었으나 연못 속 잉어에게 먹이를 주면서 친근한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잉어가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을 보고 환호했다. 주황색 잉어를 가리키며 "아름답다(Beautiful)"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트럼프 부부가 결혼식을 올린 교회를 방문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 일정에서 두 여사는 전날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처음 만났다. 멜라니아 여사는 워싱턴DC에서 열린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고 플로리다 팜비치로 이동하기 직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합류했다. 아키에 여사가 미국 영부인이 아닌 주미 일본대사 부인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 현지 언론들은 멜라니아 여사의 소극적인 외교에 비판적 어조를 보이기도 했다. 에어포스원 내에서 트럼프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동안에도 멜라니아 여사는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에서는 딸인 이방카가 영부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멜라니아 여사는 부부 동반의 만찬 때부터 아베 여사와 대화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동 기자회견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방카는 골프 회동에서도 실력을 뽐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동행하지 않았다. 이방카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 전반을 동행하면서 트럼프 정권의 실세라는 점을 증명했다.
미국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가 퍼스트레이디로서 외국 정상의 부인과 만난 것은 아키에 여사가 처음이다. 백악관은 "양국 정상의 배우자 외교가 모리카미박물관에서 처음 열린 것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정권에서 '육성과 보호'의 역할을 맡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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