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그가 펼칠 '트럼프노믹스'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20일(현지시간) 취임사와 지금까지의 경제 공약을 살펴볼 때 트럼프노믹스의 키워드는 성장, 일자리, 보호무역으로 압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연 4% 경제성장을 공언했다. 백악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저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 기간 중 제조업 분야에서만 30만개 가까이 일자리가 줄고 각 사업장에서의 미국인 비율이 1970년대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며 국가 부채는 2배가 됐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측은 이런 경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10년간 미국에서 250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평균 경제성장률 4%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는 대선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성장률을 3.5%로 끌어올리고 가능한 4%까지 도달하도록 하겠다"고 명시했는데 이번 '4% 공언'은 그 수위를 한층 올린 것이다.
일부 공화당 성향의 석학들은 트럼프가 '성장의 꿈'을 전면에 내세운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의 성장세가 한층 강해진다면 대미 수출량이 많은 한국에도 긍정적 영향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러나 '채권왕'으로 불리는 야누스캐피털의 빌 그로스는 이같은 성장률 목표치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규제완화나 재정확대로 성장률을 일부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바람직한 동력은 생산성 향상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기업투자와 혁신이 전제돼야 생산성이 오르고 성장률도 증가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원하기만 하면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갖고 있다. 문제는 미래 기업환경이 투자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2500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전반의 제조업 고용이 더 줄어들고 미국의 제조업 비교우위 상실도 피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조업 일자리 복원' 공약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서비스 중심 경제로 더욱 진화할 수밖에 없으며 교육, 의료, 공공서비스 영역을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자동차·가전·항공 분야의 여러 제조업체를 공개적으로 압박해 미국 투자와 일자리 창출 약속을 받아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GM·포드·도요타·월마트·소프트뱅크 등의 미국 내 투자를 다짐받은 금액은 총 726억달러(약 85조4000억원)에 달한다. 멕시코에 가려다 미국에 붙잡아둔 일자리도 계속 늘고 있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자찬이다. 이에 대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과 포퓰리즘 정책은 예상 밖의 나쁜 결과를 가져와 오히려 수만개의 미국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일자리 복원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이 1.5% 이상 성장한다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의 3~4% 성장 목표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개인과 기업을 위한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도 재차 천명했다. 개인 소득세와 관련해 최상위층을 포함한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낮추고 세법을 단순화하는게 목표다. 법인세도 세율을 낮추고 낡고 복잡한 체계를 뜯어고쳐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미국 내 규제가 2015년에만 2조달러 이상의 비용을 초래했다는 분석에 따라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제거하는데도 정책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트럼프 경제 정책에 비판적인 석학들도 규제완화와 감세 정책에 대한 방향은 잘 잡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한 보호무역 기조는 미국의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해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고 트럼프를 지지한 중산층을 궁지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외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식의 극단적인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사회가 추구해온 규칙과 질서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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