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혀 그 의도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오후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열린 상공인 행사에 참석, "상황이 매우 안 좋아지고 내가 원한다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며 "누구도 나를 멈추게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헌법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두테르테 대통령 입장으로, 자신의 최대 역점 정책인 '마약과의 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앞서 그는 작년 12월 의회나 대법원이 대통령의 계엄령 권한을 제한하는 현행 헌법 조항들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야권의 반발을 샀습니다.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외부 침략 또는 반란이 일어났을 때, 공공안전을 위해 필요할 때 대통령이 60일간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48시간 안에 의회에 보고해야 하며 의회는 다수결로 계엄령을 백지화하거나 계엄령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대법원에 계엄령 적법성에 대한 심리를 청원할 수 있습니다.
야당인 자유당(LP) 소속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헌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자 "계엄령을 선포해 1인 독재를 하겠다는 위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야권은 인권 유린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약 유혈소탕전을 밀어붙이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 척결이나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계엄령을 선포,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군과 해양경비대에 인질이 죽게 되더라도 납치범들에게 폭격을 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는 "해군과 해경은 납치범들이 도망치려 한다면 폭파시켜라"며 "유감이지만 인질들은 부수적 피해"라고 말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14일 한국인 선장 박모씨와 필리핀 국적 선원 1명이 필리핀의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에 납치된 지 3개월여만에 석방된 이후 나왔습니다.
필리핀 남부지역에서는 아부사야프를 비롯한 이슬람 반군단체들이 몸값을 노리고 관광객이나 선박 납치를 일삼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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