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가 12일부터 무기를 사용해 선제공격이 가능한 자격으로 공식적인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이날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남수단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자위대가 이날 오전 6시부터 안전보장관련법에 의거해 부여된 ‘출동경호’와 ‘숙영지 공동방위’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
지난 2014년 7월 대내외의 반발에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온 일본 자위대가 2년 반만에 현장에서 첫 운용에 들어간 것이다. 전후 71년 동안 공격받았을 때만 반격한다는 ‘전수방위 원칙’을 지켜온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의 일대 변화를 의미한다.
출동경호는 비정부기구(NGO)나 유엔 직원이 무장단체 등의 공격을 받아 위험에 처했을 경우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구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숙영지 공동방위는 다른 나라 군대와 함께 무기를 사용해 숙영지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두 가지 임무 모두 자위대가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는 전후 일본이 지켜온 ‘전수방위’ 원칙을 사실상 벗어던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자위대는 지난달 20일 일본을 출발해 남수단 수도 주바에 도착했다. PKO 자위대 350여명 가운데 경비업무를 맡은 60여명이 새로운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출동경호와 숙영지 경계임무는 일단 주둔지 주바에서만 허용된다.
아베 정권은 이번 자위대 임무 부여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차근차근 관련 절차를 진행해왔다. 2014년 7월 각의(국무회의)에서 헌법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결정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지원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위헌 논란과 반발 속에서도 아베 정권은 지난해 중·참의원에서 안보관련 법제를 통과시켰고, 올해 3월 시행에 들어갔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국내법조차 통과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군을 도와 전세계에서 자위대가 활동할 수 있도록 미일 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 개정에 합의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 파견한 자위대의 안전을 위해 남수단 분쟁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 경우 철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한 일본이 이번 자위대 임무를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팽창에 맞서 미국과의 신(新) 안보 동맹을 강조해온 아베 정권의 기존 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이미 외교·안보 정책의 큰 틀이 전환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자위대의 무기사용이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갔음에도 이에 반대하는 시민과 학자들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쿄에서는 자위대 무기사용이 허용되기 하루 전인 지난 11일에도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항의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자위대를 철수시키고, 헌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자위대 무기사용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각지의 헌법연구학자 101명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위대의 출동경호 등의 임무가 “헌법 9조가 금지한 무력 행사에 해당한다”며 자위대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또 제·개정된 안보관련법도 위헌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위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점을 감안해 아베 정권은 아예 임기 내에 평화헌법 개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이미 지난 여름 참의원 선거 압승 이후 첫 국회 개원 때 개헌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으며, 이에 따라 국회 내 개헌연구가 시작된 상태다. 아베 정권은 국민들의 반발과 거부감을 고려해 첫 개헌에는 환경권 등 저항이 덜한 조항을 바꾼 이후 최종적으로 평화헌법 9조를 바꾸는 단계적 개헌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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