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5일, 페이스북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숨진채 발견됐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는 ‘덴버 가이언’이라는 매체에서 작성된 것. 충격적인 이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1분당 100번의 공유가 일어날 정도로 급속히 퍼졌다.
하지만 이 매체와 기사는 모두 가짜였다. 덴버엔 덴버 가디언이란 매체가 없고 FBI 요원이 숨졌다는 것도 허위 기사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뉴스’ 섹션에 올라왔고 일부 사람들은 사실인것처럼 믿었다. 덴버 포스트 기사가 가짜였다고 밝혀진 것은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였다.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 덴젤 워싱턴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찬양했다는 기사나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선언했다는 기사 등도 페이스북에 유통됐다. 물론 모두 가짜였다.
구글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득표수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앞섰다는 가짜 뉴스가 구글의 검색엔진에서 관련 뉴스 상위에 랭크 돼 있었던 것. 이 뉴스를 올린 곳은 ‘70뉴스’라는 트럼프 지지 블로그 사이트였다. 트럼프가 총 득표수 6297만표로 힐러리의 6천227만표를 앞섰다는내용이었다. 실제로는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 보다 총 득표수는 더 많았다.
이처럼 ‘가짜 뉴스’가 트럼프 당선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언론 기능을 하는 SNS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가 뉴스 유통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고 이용자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때문.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갖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날 트위터는 처음으로 백인 지상주의를 내세우는 극우집단 ‘대안우파‘ 대표주자들의 계정을 중지시키는 등 ’책임‘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 존 아브론 데일리 비스트 편집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더이상 불가지론적 입장을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뉴스를 올리면서 트래픽을 얻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진실과 거짓 정보를 구분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는 대선일(11월8일)을 앞둔 3개월간 주요 언론사가 생산한 진짜 뉴스보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에서 관심을 더 끌었다고 분석했다. 가짜뉴스 상위 20개 중 17개는 친 트럼프 혹은 반 힐러리 성향으로 트럼프에게 유리했다. 가짜뉴스 1위는 ‘교황의 트럼프 지지’였고공유나 댓글 96만건을 기록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가짜 뉴스’ 파문이 확산되자 “페이스북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99%는 진짜다. 가짜 뉴스는 매우 적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구글도 “(가짜뉴스가 퍼진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알고리즘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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