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측근 인사들에 대한 인적청산을 전격 단행한 데 이어 이번엔 ‘탕평인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인수위가 내각 인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인적 ‘물갈이’를 시작했다는 평가다.
CNN와 블룸버그폴리틱스 등 미국 현지 언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자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치열하게 경쟁했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반(反)트럼프 진영에 섰던 니케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각각 법무장관과 국무장관에 발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정적’으로 통하는 두 사람을 전격 기용함으로써 통합을 시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크루즈 의원과 헤일리 주지사를 기용하면 40대 젊은 세대와 여성을 아우르는 모양새도 갖출 수 있다. 또 쿠바계 크루즈 의원과 인도계 헤일리 주지사를 끌어안음으로써 트럼프가 촉발한 인종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
크루즈 의원은 경선 기간 중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과거 누드사진을 공개하는 등 극단적으로 대립했으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트럼프 지지를 거부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할 것”을 호소한 바 있다.
헤일리 주지사는 백인우월주의 청년에 의해 흑인교회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자 인종차별의 상징이던 남부연합기를 공공장소에 게양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스타’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공화당 경선에서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했다가 크루즈 의원을 지지했으며 트럼프의 납세내역 신고 기피를 강력 비판한 바 있다.
지난주 등장했다 잠잠해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의 재무장관 발탁설도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폭스비즈니스뉴스에 따르면 인수위의 핵심인사는 “트럼프가 다이먼을 재무장관으로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17일 재무장관 임명을 위한 모임을 개최하며, 다이먼을 포함해 대선캠프에서 재정을 맡았던 스티브 누친 전 골드만삭스 CEO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다이먼은 과거 재무장관 자리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월가 대표 경영자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트럼프 정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정권 인수위원장을 맡으면서 인수위 내 로비스트 축출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스트들과의 관계를 청산함으로써 정치개혁을 추구하겠다는 것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기도 하다.
국무장관 또는 법무장관 물망에 오르내렸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지난 2000년 시장직에서 물러난 후 컨설팅과 고액 강연을 했던 사실이 불거지면서 입각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 중 한명인 켈리엔 콘웨이 전 캠프 선대본부장은 트럼프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외곽조직 출범을 준비 중이다. 이 외곽조직은 백악관과 의회가 아닌 외곽에서 트럼프 지지여론을 형성하고, 트럼프 지지세력의 목소리를 백악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편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으로 내정된 스티브 배넌에 대해 민주당이 ‘인종주의자’라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또 트럼프의 막후 실세로 지목된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친족이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법을 근거로 인수위 안팎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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