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임기응변으로 내놓았던 공약들이 상호 모순을 드러내면서 트럼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상 정권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트럼프의 제반 공약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커졌다. 워싱턴 정가에선 향후 70일 동안 정권인수위 단계에서 공약이 크게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미국’을 알려면 트럼프 정부 초기를 잘 봐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세금 공약이다. 트럼프는 1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비롯해 국방예산 확대, 참전용사 복지 확충 등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공약을 대거 쏟아냈다. 하지만 재원으로 활용할 세금은 감축하기로 해 딜레마에 빠졌다. 트럼프는 소득세와 관련해 7개 소득 수준별 세율 구간을 4개 구간으로 간소화해 전 소득군의 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7300만 가구에 대해 소득세를 면제하고 기업 법인세도 15%로 통일한다는 방침을 예고했다.
대규모 감세 정책이 심각한 부채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진보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뿐만 아니라 보수성향의 택스파운데이션에서도 트럼프의 조세공약대로라면 향후 10년간 10~12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하고 2036년에는 미국 국가부채가 전체 GDP의 80%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은 감세나 돈을 풀겠다고 한 약속의 상당부분은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도 관심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을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 나는 협상을 잘한다”고 한 적이 있고, 과거에 재래식 무기로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것이 좋다고 한 발언도 공개됐다.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주한미군 분담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향후 미국 외교관계에서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미·중 관계에 있어서도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불공정 무역과 관련해 WTO에 제소하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연방준비제도의 연말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공화당은 금리 인상에 찬성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소비와 투자를 늘리기 위해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해 모순점을 보였다.
트럼프의 대표 공약인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와 관련해서도 미국 내 주요 씽크탱크와 학계에서는 일자리 감소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실현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주요 교역상대국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오히려 미국의 수출이 감소해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미국 경제성장률도 1%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는 또 선거과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는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어 향후 협상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재벌 기업인이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여러가지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트럼프의 가족과 자녀들도 국정운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어 정리가 필요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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