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공포’가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1일(현지시간) 공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여론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역전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요국 증시와 외환, 채권, 금값이 일제히 요동쳤다. 이른바 ‘트럼프 탠트럼(발작)’에 휩싸인 것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제조업 지표 호조 등의 여파로 상승 출발했지만 트럼프가 앞섰다는 여론조사 발표 직후 하락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0.58%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장중 한 때 2100선을 밑돌았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한 때 5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했다가 여론조사 발표 이후 뚝 떨어졌다. 트럼프 당선은 곧 ‘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판단해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가격이 오르면 채권금리는 하락한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금값도 이날 강세를 보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1.2% 오른 온스당 1288달러를 기록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0.7% 하락했고 트럼프 당선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멕시코 페소화도 0.7% 하락해 지난 10월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트럼프의 승리는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당선 확률을 높일 경우 시장 동요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7.56% 상승한 18.35를 기록하면서 장중 2개월래 최고치로 뛰어올라 트럼프 탠트럼의 충격파를 가늠케 했다.
아시아 증시도 2일 일제히 출렁였다. 트럼프가 승리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되자 일본 도쿄증시와 홍콩 항셍지수, 한국 코스피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이날 오전 1% 넘는 급락세를 연출했다. 비슈누 바라산 미즈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 외신에 “자유무역에 부정적인 트럼프가 당선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에게 좋을 게 없다”고 진단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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