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이 중국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에 힘입어 ‘대박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3년 이후 중국 기업들이 사들인 호텔과 오피스빌딩, 리조트 중 최소 160억달러(약 18조원) 규모가 블랙스톤 보유 부동산이었으며 블랙스톤은 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이달 24일 중국 HNA그룹은 블랙스톤이 보유하고 있던 힐튼월드와이드 지분 25%를 사들이기로 했는데 인수금액은 65억달러(약 7조4000억원)로 블랙스톤이 9년 전 매입한 금액의 3배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블랙스톤이 올해 3월 중국 안방보험에 처분한 스트래티직 호텔&리조트도 적시타를 날린 경우다. 블랙스톤은 이 부동산 지분을 매입한지 1년도 안돼 안방보험에 넘기면서 5억달러(약 5670억원)에 달하는 알토란 수익을 챙겼다. 2014년 10월 안방보험에 넘긴 미국 워도프아스토리아호텔의 매각대금은 19억5000만달러로 미국 호텔 인수합병(M&A) 건으로는 최대 금액이었다. 객실 한개당 140만달러(약 16억원)에 달하는 최고가 수준이었다. 이쯤되면 ‘재주는 중국기업이 부리고, 돈은 블랙스톤이 벌어들인 셈’이다. 블랙스톤은 2013년 11월에도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에 영국의 대형 오피스텔단지 치스윅파크 지분을 넘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스톤이 중국기업들에게 대형 부동산을 속속 팔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과 부동산 최고책임자 조너던 그레이를 꼽았다.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MBA)을 나온 슈워츠먼 회장은 하버드대와 연을 맺은 안방보험의 우샤오후이 회장을 공략해 대형 M&A를 연거푸 성사시켰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해 초 우 회장과 함께 하버드대에서 열린 안방보험 해외 취업설명회에 참석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다. 지난 2013년에는 개인 자산 1억달러를 기부해 매년 200명의 미국 학생들을 중국에 유학보내는 장학사업을 가동했다. 미국과 중국간 우수인력 교류의 가교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조너던 그레이는 힐튼호텔 지분을 HNA그룹에 매각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틴 앤더슨 블랙스톤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제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더 많은 해외 투자를 단행하는건 놀랄 일이 아니고 중국이 블랙스톤의 부동산 자산을 매입하는 것도 놀라운게 아니다”고 평가했다. 중국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는 배경에는 위안화 가치 절하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등 해외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일반 기업에 비해 경영이 용이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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