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항공(HNA)그룹이 미국의 대형 호텔체인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의 지분 25%를 인수한다고 중국 펑파이가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HNA그룹은 미국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힐튼 지분 25%를 65억달러(약 7조4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지난 21일 힐튼 종가인 주당 22.91달러에 15%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26.25달러를 블랙스톤에 현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이다. 내년 1분기 거래가 완료되면 HNA는 힐튼의 최대 주주가 되고 블랙스톤의 지분은 21%로 줄어들게 된다. 블랙스톤은 지난 2007년 250억 달러에 힐튼을 사들인 뒤 2013년 상장기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HNA가 힐튼을 인수한 것은 급증하는 중국인 해외관광객을 겨냥해 항공과 호텔 사업의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매년 두자릿수로 증가해 지난해 1억2000만명에 달했다.
힐튼은 메리어트와 함께 세계 양대 호텔체인으로, 100여개국에 4700여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1993년 중국 하이난성에서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그룹은 중국 4대 항공사로 성장한 하이난항공을 비롯해 호텔, 물류, 부동산 등 분야에서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잇달아 ‘기업사냥’에 나서 안방보험과 함께 중국자본의 해외 M&A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호주 2위 항공사인 버진 오스트레일리아에 지분 투자한 것을 비롯해 스위스 기내식업체 게이트그룹, 미국 호텔체인 칼슨 등을 차례로 매입했다.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칼슨은 세계 100여개국가에 래디슨, 파크플라자 등 1400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금액은 수십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HNA는 지난 해에도 영국 런던의 랜드마크 빌딩인 ‘콜로테이드타워’, 미국의 레드라이언호텔, 세계 최대 항공기 리스업체 아볼론, 세계 최대 항공화물업체 스위스포트 등을 사들인 바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HNA그룹이 성사시킨 해외 M&A는 35건, 270억 달러에 달한다.
HNA의 힐튼 인수에 따라 올해 중국기업들의 해외 M&A에서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이상 대형 거래만 10여건에 달한다. 힐튼 인수 발표 하루 전에도 중국 범해홀딩스가 미국 보험사 젠워스파이낸셜을 2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중국기업의 해외 M&A 규모가 2131억달러(약 242조원)를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고 24일 보도했다. 지난해 1045억달러의 2배를 넘어선 수치로, 미국(1791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대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013년 중국의 해외 자산 매입은 주로 국영기업이 주도했지만 최근들어 민간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며 “중국 기업들이 유럽축구팀부터 미국 영화사까지 모조리 먹어치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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