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폭로를 계속하고, 보수성향 시민단체 ‘사법감시(Judicial Watch)’가 힐러리에 대한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이들 단체와 힐러리의 오랜 악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12일(현지시간) 존 포데스타 힐러리 캠프 선대본부장과 언론사가 사전에 인터뷰 질문을 주고받은 이메일을 해킹해 폭로하면서 언론과 힐러리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위키리크스는 또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 민주당 전국위원장의 이메일을 공개하면서 힐러리와 샌더스의 갈등을 유발하려는 시도를 했다.
힐러리와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의 악연은 6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위키리크스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일지를 공개하며 미국의 추악함을 세계 만방에 폭로했다. 이어 그해 11월에는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공개해 미국이 독일 프랑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국 지도자들을 감시해 온 사실을 폭로했다. 2012년에는 관타나모수용소 실상을 고발하는 문서를 공개했다.
잇따른 폭로로 위키리크스는 세계적인 사이트로 주목을 받는 쾌거를 이뤘지만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사실들이 모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시절에 있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힐러리는 정치적·외교적 치명상을 입었다.
힐러리와 오바마 정부는 “위키리크스가 미국과 우방을 갈라놓으려는 불순한 시도를 했다”면서 설립자 어산지를 간첩죄로 몰아세웠다. 어산지는 이에 따라 2012년 6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망명한 후 현재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힐러리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어산지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힐러리가 사설 이메일 논란과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시민단체 ‘사법감시’ 때문이다.
사법감시가 힐러리의 국무장관 시절 사설 이메일 사용과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내는 바람에 힐러리는 13일까지 직접 답변해야 한다. 지난 8월 클린턴재단과 힐러리 국무장관실의 유착 의혹이 드러난 것도 사법감시의 힐러리 이메일 공개청구 소송 때문이었다.
사법감시와 힐러리의 악연은 20여년에 이른다. 사법감시는 창립 직후인 1994년 힐러리와 남편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빌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 시절에,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지역 토지개발을 둘러싼 사기 의혹에 관해서다.
이 사건은 ‘화이트워터 부동산개발회사’가 연루됐다고 해서 ‘화이트워터 게이트’ 사건으로도 불린다. 힐러리와 빌 클린턴이 특검조사를 받았으나 유력한 증인인 맥두걸이 교도소에서 사망하면서 사건이 유야무야됐고 클린턴 부부는 2000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사법감시는 그러나 1998년 힐러리를 기소하기 위해 작성했던 연방검찰의 공소장 초안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맥두걸이 교도소에서 사망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2009년에는 힐러리의 국무장관 임명을 철회하라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과거에 여성들을 더듬고 강제로 키스했다는 피해 여성의 증언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힐러리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피해 여성 제시카 리즈(74)는 36년전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의 권유로 일등석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옆에 앉아 있던 트럼프가 별안간 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에 손을 넣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리즈는 “그는 마치 집요한 문어 같았다”고 진술했다.
트럼프타워에 입주한 부동한 개발회사 안내원으로 일했던 레이첼 크룩스(33)는 2005년 회사 건물 안에서 트럼프를 우연히 마주쳤는데 악수를 청한 트럼프가 손을 놓아주지 않고 강제로 키스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한 트럼프가 미스USA 선발대회와 미스틴USA 선발대회 때마다 참가자들의 탈의실을 마음대로 드나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트럼프는 2005년 4월 11일 라디오 ‘하워드 스턴 쇼’ 인터뷰에서 자신이 미스USA 대회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 자유롭게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털어놓은 적도 있다.
이같은 영향으로 과거 부시 정부 관료 중 교통장관을 지낸 매리 피터스와 환경보호청장 출신인 크리스틴 토드 위트맨 등 13명은 공개서한을 통해 힐러리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오하이오주에서 9~12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43%의 지지를 얻어 34%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다. 공화당의 아성이었던 유타주 여론조사에서는 힐러리와 트럼프가 26%로 동률을 이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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