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 관련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내고 있어 양측간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첨단 방공미사일을 시리아에 배치했고, 미국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재검토하고 나섰다. 표면상으로는 시리아 휴전 협정 파기에 대한 책임 공방이지만, 속내는 향후 중동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작전 카드를 다시 검토하고 있으며, 5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수석회의에서 이 문제가 공식 상정될 예정이다. 미국의 한 관리는 미국 주도 연합군의 전투기와 함정에서 크루즈 미사일과 다른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시리아 공군 활주로를 폭격하는 방안과 더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CIA와 합참은 알아사드 정권 타격 방안에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년 전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되고 시리아 정부가 공군기지에 공격용 헬기와 제트기를 배치하자 알아사드 정권을 향해 미사일을 겨누며 군사작전을 신중하게 검토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르면 이번 주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군사작전에 대해 이전에 검토했을 때보다 지금은 덜 적극적이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군사적 대응 움직임을 먼저 본격화했다. 러시아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첨단 방공미사일 S-300V4(나토명 SA-23 Gladiator)를 시리아에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S-300V4가 시리아로 보내진 것이 사실”이라며 “포대는 시리아 타르투스항의 물류 시설과 인근 해역의 러시아 해군 함정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S-300V4은 이전 S-300V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수출용 버전은 S-300VM 혹은 안테이-2500로 불리기도 한다. 사거리 최대 400km로 전투기는 물론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가 시리아 국경에서 자국 전폭기를 격추한 사건 뒤 라타키아 기지에 첨단 S-400 방공미사일을 배치한 바 있다.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중동 내 영향력이 극히 미미했다. 하지만 국제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는 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권을 적극 지지하며 중동 내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반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을 이끌고 있는 미국의 경우 러시아의 세력 확대는 자국의 세력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저지하려 한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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