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첫 미국 대선후보 TV토론은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맞붙었던 1960년 이후 미국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여성 후보가 대선후보에 대한 거의 모든 고정관념을 깬 다른 후보와 대결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흥행' 요인인 데다가, 누가 됐든 차기 미국 대통령의 정책은 그 사람이 재임할 4년 또는 8년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치 분석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번 TV토론의 시청자 수가 1980년 로널드 레이건과 지미 카터 간 토론이 기록했던 8천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은 이미 충분히 제기돼 왔습니다.
25일 현재 미디어업계 전문가들은 9천500만∼1억1천200만 명의 시청자 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1960년의 케네디-닉슨 토론을 비롯해 TV토론이 대선 판세를 뒤흔든 사례는 여러 번 나타났습니다.
경쟁자의 공세를 훌륭히 받아넘겼다고 평가받은 후보가 그해의 대선에서 단번에 유리한 고지로 올라서는가 하면 실언한 후보가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던 적도 있었던 점은, TV토론이 정책이라는 본질보다 후보들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치중한 행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배경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불안하고 어두운 모습의 닉슨과 당당하고 밝은 모습의 케네디'의 극명한 대비로 잘 알려진 케네디-닉슨 토론이었습니다.
이 토론에서는 이미지의 대비뿐 아니라 '이 나라는 훌륭한 나라지만 더 훌륭해질 수 있다. 이 나라는 강한 나라지만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케네디의 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계기였던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1984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과 TV 토론장에 섰을 때와 1996년 민주당 빌 클린턴이 공화당 밥 돌과 마주 섰을 때의 '나이 논쟁'은 상대의 공격을 '되치기' 함으로써 승기를 잡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당시 73세였던 레이건은 56세였던 먼데일이 고령 문제를 걸고넘어지자 "나도 나이 문제를 이번 선거에서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나는 내 경쟁자의 젊음과 경험 부족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겠다"고 받아넘겼고, 이는 레이건의 재선에 '순풍'이 됐습니다.
빌 클린턴은 토론 당시 73세였던 돌 후보가 지혜라는 측면에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자 "돌 상원의원이 너무 나이가 많아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의문시하는 건 그가 가진 사고방식의 나이다"라고 반격했습니다.
TV토론에서의 실언이 선거 판세를 흔든 사례도 물론 있습니다.
1976년의 두 번째 TV토론에서 민주당 도전자 지미 카터를 맞이한 공화당 제럴드 포드는 "동유럽에 (구)소련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이 의심된다는 비난을 받았고, 결국 카터에게 백악관을 내줬습니다.
2012년 공화당의 밋 롬니는 2차 TV토론에서 남녀간 임금격차에 대해 말하다가 주지사로 일할 때 "여성 단체들을 찾아가 (일할) 사람을 찾고 있으니 도와 달라고 하자 그들(단체들)은 우리에게 여성들로 가득 찬 바인더(binders full of women)를 줬다"고 말했다가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역풍을 맞았고, 이 일은 롬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막지 못한 여러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TV 토론장에서 머뭇거리거나 경직된 모습을 보이는 일과 토론에 집중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일은 말할 필요도 없는 후보의 결격 사유입니다.
1992년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는 민주당 빌 클린턴과의 TV토론 도중 손목시계를 자주 쳐다보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는 여러 유권자에게 초조해 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물론 부시의 대선 패배에 빌미 중 하나를 제공했습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1차 TV토론에서 공격적인 태도였다고 평가받았던 롬니와 달리 대답할 때 멈칫하거나 고개를 자주 숙이는 모습 때문에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2000년 민주당의 앨 고어는 공화당 조지 W. 부시와 TV토론을 하면서 거만하고 참을성 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1988년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는 조지 H.W. 부시와의 토론 때 사형제 폐지 문제에 대해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답변으로 '아이스 맨'이라는 비난을 샀습니다. 결국, 고어와 듀카키스는 패배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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