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엔화값 100엔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이너스 권역으로 떨어진 장기금리를 플러스로 끌어올려 은행실적을 개선하고 물가가 2%를 넘어설때까지 무기한 양적완화를 하겠다는 일본은행(BOJ)의 새로운 통화정책틀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BOJ 행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2일 시드니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값은 100엔대 초반까지 급등, 100엔대 붕괴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전일 BOJ 통화정책 직후 102엔대 후반까지 떨어졌던 엔화값이 하루 만에 약 2.7%(2.7엔) 가까이 오른 상태다.
전날 정오께 BOJ의 새로운 통화정책 발표 직후 도쿄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값이 약세로 반전됐지만, 밤새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다시 강세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BOJ가 새로운 정책 틀이라며 내놓은 장기금리 관리책에 대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엔화 매수에 들어간 것이 시발점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새로운 금융완화 틀이 엔저 재료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일본 내에서도 BOJ의 정책 변경에 대해 3년 반 동안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사실상 실패한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엔고를 부추겼다. 마이니치신문은 “정책 틀 변경 자체가 그동안의 금융완화가 막다른 길에 접어들었고, 무모한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도 “향후 1~2년 후 국채 매입이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양을 늘리지 않고 완화를 계속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시장이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OJ가 추가 국채매입은 계속 보류한 채 마이너스 금리와 장기금리 관리와 같은 새로운 금리 정책 툴을 들고 나온 것이 시장 의구심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준이 9월 금리인상을 보류하자 엔고가 가속화됐다. ‘9월 보류 후 12월 인상 기정사실화’라는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결정이었지만, 이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로 이어져 달러 매도, 엔 매수 흐름을 강화시켰다. 이처럼 엔화 초강세 현상은 BOJ 정책에 대해 외환시장이 신뢰를 보내지 않는 한편 미연준 금리동결에는 민감하게 반응한것으로 볼 수 있다. 엔화값이 초강세로 돌아서자 BOJ는 이날 오후 재무성 금융청과 긴급 3자회담을 열고 금융시장 안정방안을 논의했다. 시장에서는 현 수준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직접 개입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100엔 붕괴가 불가피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소식에 원화값도 급등했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보다 16.8원 큰폭 오른 1103.3에 장을 마쳤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동결에 달러당 원화값은 다음달까지 1080원선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의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격차를 억지로 벌리는 ‘새로운 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엔화 강세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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