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강경 이민정책에서 한발짝 물러나 결국 ‘백기’를 들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오는 31일 애리조나 피닉스 유세에서 구체적인 이민공약 완화 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는 선거 초반부터 불법 이민자 추방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 강경 이민정책을 추구해 왔지만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민정책 기조를 급선회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폭스뉴스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이민정책 완화 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나쁜 사람들을 내쫓아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다 동의한다”면서도 “이곳에 15~20년 산 사람들과 그들 가족을 쫓아내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트럼프는 또 “그들은 체납세금을 내야 한다”며 “그들을 사면하는 일은 없겠지만, 현재 그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 선회에 대해 주류 진영에서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강경 지지자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를 강력 지지하는 대표적 여성 보수 논객 앤 쿨터는 최근 트위터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내쫓는 것이 힘들다면 신경쓰지 마라”며 비꼬았다. 또 “누구의 조언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민정책 입장을 완화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9∼16일 유권자 20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멕시코 접경 장벽 건설에 대해 6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9월의 48%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씨티그룹은 트럼프가 11월 미대선에서 승리하면 글로벌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을 25일 내놨다. 씨티그룹은 “트럼프 집권시 정책 불확실성이 커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7∼0.8%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현재 생존해 있는 역대 대통령 경제자문위 출신 경제학자 45명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학자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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