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최대 지분을 가진 중국이 AIIB 운영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작 아시아 국가들은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AIIB 투자 프로젝트가 적절한지를 검토하는 리스크담당 부총재(CRO·Chief Risk Officer)를 국장급으로 강등하면서 중국의 독단적 운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AIIB는 지난 8일 홈페이지에 신설 재무담당 부총재(Vice President-Finance), 재무국장, 회계국장, 위험관리국장 직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게재했습니다.
기존 홍 부총재의 CRO(투자위험관리 부총재) 직은 위험관리국장으로 강등되고 기존 CFO 자리를 부총재급으로 격상한 것입니다.
CRO는 AIIB 프로젝트가 적절한지, 부실 위험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자리다. CFO가 단순히 자금운용을 책임진다면 CRO는 전체 프로젝트의 투자 진행 여부 자체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막중합니다.
AIIB가 홍 부총재의 휴직을 계기로 CRO 자리를 부총재급에서 국장급으로 강등한 것은 AIIB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 IT 학과 특임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홍 부총재 관련 한국의 국내 상황은) 큰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CRO를 국장급으로 강등한 것은 앞으로 AIIB를 독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포석을 깐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교수는 "부총재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국장급은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부총재급 CRO 자리가 없어지면서 AIIB가 중국이 원하는 프로젝트 위주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지만 중국 측이 이제 막 출범한 국제기구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AIIB는 우리 정부 측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부총재직을 공모한다는 공지를 띄웠습니다.
"향후 홍 부총재 후임에 한국인이 선임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던 우리 정부는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상황을 맞게 된 셈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총재가 그만 둔 경위도 애매모호하고 (교체한다면) 우리나라와 사전적으로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중국이 평소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같은 측면에서 고압적인 조치를 많이 했는데 이것도 그런 연장 선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AIIB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주도해 온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AIIB가 형식적으로 새로운 부총재직을 공모했지만 이 자리에는 지난달 CFO로 선임된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에 따라 AIIB는 중국의 진리췬(金立群) 총재 외에 인도와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에다 새롭게 프랑스가 부총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총재직 수만 놓고 보면 아시아권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2개국이지만 유럽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으로 늘어 수적으로도 앞섭니다. 명색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인데,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AIIB 지분율 상위 10개국에 중국과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러시아, 독일, 호주, 프랑스, 영국, 브라질)이 비 아시아국가인 점도 향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정작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당초 목적이 비 아시아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AIIB는 "홍 부총재의 후임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홍 부총재가 맡고 있던 리스크 관리 업무는 현재 다른 사람이 맡아 업무를 보고 있다"며 부총재직이 프랑스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AIIB를 활용해 아시아 지역 인프라 사업 수주에 나설 예정이었던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날 기재위 결산회의에서 "AIIB는 아시아나 제3세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이 설립 목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도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홍기택 부총재의 무책임한 행동이 향후 AIIB가 투자할 건설과 플랜트, 통신 등의 사업에 참여하려는 우리 기업들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측의 자세도 문제지만 결국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자격 검증없이 부적합한 인물을 국제기구의 요직에 보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김정식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제기구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아닌 정치적 인물을 보내는 등 미숙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정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필요한 것은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라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공무원을 국제기구에 보내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최대 지분을 가진 중국이 AIIB 운영을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작 아시아 국가들은 홀대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AIIB 투자 프로젝트가 적절한지를 검토하는 리스크담당 부총재(CRO·Chief Risk Officer)를 국장급으로 강등하면서 중국의 독단적 운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AIIB는 지난 8일 홈페이지에 신설 재무담당 부총재(Vice President-Finance), 재무국장, 회계국장, 위험관리국장 직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게재했습니다.
기존 홍 부총재의 CRO(투자위험관리 부총재) 직은 위험관리국장으로 강등되고 기존 CFO 자리를 부총재급으로 격상한 것입니다.
CRO는 AIIB 프로젝트가 적절한지, 부실 위험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자리다. CFO가 단순히 자금운용을 책임진다면 CRO는 전체 프로젝트의 투자 진행 여부 자체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권한이 막중합니다.
AIIB가 홍 부총재의 휴직을 계기로 CRO 자리를 부총재급에서 국장급으로 강등한 것은 AIIB를 독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오정근 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금융 IT 학과 특임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홍 부총재 관련 한국의 국내 상황은) 큰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CRO를 국장급으로 강등한 것은 앞으로 AIIB를 독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포석을 깐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 교수는 "부총재는 의사결정에 참여하지만 국장급은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부총재급 CRO 자리가 없어지면서 AIIB가 중국이 원하는 프로젝트 위주로 운영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지만 중국 측이 이제 막 출범한 국제기구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외교적 관례를 벗어난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AIIB는 우리 정부 측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부총재직을 공모한다는 공지를 띄웠습니다.
"향후 홍 부총재 후임에 한국인이 선임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던 우리 정부는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상황을 맞게 된 셈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총재가 그만 둔 경위도 애매모호하고 (교체한다면) 우리나라와 사전적으로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중국이 평소 우리나라에 대해 무역 같은 측면에서 고압적인 조치를 많이 했는데 이것도 그런 연장 선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습니다.
AIIB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주도해 온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AIIB가 형식적으로 새로운 부총재직을 공모했지만 이 자리에는 지난달 CFO로 선임된 티에리 드 롱구에마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에 따라 AIIB는 중국의 진리췬(金立群) 총재 외에 인도와 독일, 인도네시아, 영국에다 새롭게 프랑스가 부총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총재직 수만 놓고 보면 아시아권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2개국이지만 유럽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으로 늘어 수적으로도 앞섭니다. 명색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인데,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AIIB 지분율 상위 10개국에 중국과 인도, 한국,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6개국(러시아, 독일, 호주, 프랑스, 영국, 브라질)이 비 아시아국가인 점도 향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정작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당초 목적이 비 아시아국가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대로 수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AIIB는 "홍 부총재의 후임자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홍 부총재가 맡고 있던 리스크 관리 업무는 현재 다른 사람이 맡아 업무를 보고 있다"며 부총재직이 프랑스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AIIB를 활용해 아시아 지역 인프라 사업 수주에 나설 예정이었던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이날 기재위 결산회의에서 "AIIB는 아시아나 제3세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이 설립 목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 눈치를 보면서도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홍기택 부총재의 무책임한 행동이 향후 AIIB가 투자할 건설과 플랜트, 통신 등의 사업에 참여하려는 우리 기업들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 측의 자세도 문제지만 결국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자격 검증없이 부적합한 인물을 국제기구의 요직에 보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김정식 교수는 "우리나라가 국제기구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아닌 정치적 인물을 보내는 등 미숙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정근 교수는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필요한 것은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라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공무원을 국제기구에 보내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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